'2호골' 구자철, '약속의 땅'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잡은 두마리 토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3-15 13:35


구자철(왼쪽). ⓒAFPBBNews = News1

"집에서 경기 하는 것처럼 아우크스부르크 원정이 편안했다."

궁합이 중요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구자철(마인츠)과 아우크스부르크가 좋은 예다. 구자철이 독일 분데스리가 이적 후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다시 한번 날았다. 구자철은 14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위치한 임풀스 아레나에서 치러진 아우크스부르크와의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5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44분 시즌 2호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8월25일 파더보른과의 1라운드에서 골을 넣은 이후 6개월20일만의 득점이었다. 마인츠는 전반 32분 오카자키의 골과 구자철의 쐐기골을 묶어 2대0 승리를 거뒀다.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인 구자철은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했다. 전반 20분 조나스 호프만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투입됐다. 하지만 구자철은 당황하지 않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구자철은 "매주 항상 어느 순간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별 다른 지장이 없었다"며 "워밍업 없이 경기에 나서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의식은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간의 부진을 씻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강한 압박과 활발한 드리블로 팀 중원을 이끌었다. 중앙은 물론 좌우를 오가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격에 나선 구자철은 후반 44분 멋진 개인돌파에 이은 왼발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구자철은 "항상 골을 넣고 싶어 했다. '골을 왜 못 넣을까?' 라고 생각도 했다. 스스로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며 "오늘 경기에 나서기 전에 '나는 오늘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구자철은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에 대한 예의였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자리잡지 못하던 구자철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시즌 반 동안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맹활약을 펼쳤다. 약체인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의 활약 속에 잔류에 성공했다.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은 구자철을 영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구자철에게도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는 큰 기회였다. 그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팀 역대 최고 이적료에 마인츠로 이적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구자철은

"집에서 경기 하는 것처럼 아우크스부르크 원정이 편안 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경기 전부터 반겨줬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약속의 땅'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2마리 토끼를 잡았다. 사실 구자철은 최근 주전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부진한 경기력에도 구자철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던 전임 캐스퍼 휼만트 감독과 달리 새롭게 부임한 마틴 슈미트 감독은 구자철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벤치에 앉는 날이 많았다. 지난주 묀헨글라드바흐와의 24라운드에서 후반 43분 교체 투입돼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며 희망의 불씨를 살린 구자철은 이날 좋은 경기력을 보인데 이어 골까지 터뜨리며 슈미트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A대표팀 발탁의 가능성도 높였다. 구자철은 호주아시안컵에서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다. 경기력도 기대만큼 보이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마인츠에서 뛰는 구자철과 박주호가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맹활약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우려를 희망으로 바꿨다. 27일 우즈베키스탄, 31일 뉴질랜드와의 A매치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은 17일 공개된다.

한편, 이날 경기에는 3명의 코리안 분데스리거가 그라운드를 누볐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은 원톱으로 선발출전해 45분을 활약했고, 구자철과 마인츠에서 한솥밥을 먹는 박주호는 풀타임 활약했다.


박찬준 기자·아우크스부르크 (독일) = 이명수 통신원 leem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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