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아시안컵 보고서, 핵심은 '실수'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03-11 15:56 | 최종수정 2015-03-11 15:56


22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27일 베이스캠프를 차릴 호주 시드니로 출국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29~30일 시드니로 직접 합류한다. 이후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연습경기로 마지막 전력을 담금질하는 슈틸리케호는 5일 격전지인 캔버라로 이동한 뒤 10일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으로 대회 첫 문을 연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2.22.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한 단어로 정의했다. '실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호주아시안컵 리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대회 초반 부상 선수도 많고 감기 몸살로 팀 전체의 선발 명단도 바꾸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한 슈틸리케 감독은 "준우승이라는 성과는 기쁘다. 하지만 만족하지는 않는다. 아시아 정상을 차지하려면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은 '실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1989년 스위스대표팀을 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경기가 끝나면 즉각 기술보고서를 작성했다. 일지인 셈이다. 각 경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호주아시안컵도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6경기에 대한 한 문장 정리를 발표했다.

첫 경기였던 오만전(1월 10일·1대0 승)은 '문전앞 25m 지점에서 기술과 적극성, 창의력이 더 필요'였다. 쿠웨이트전(1월 13일·1대0 승)은 '기술적인 실수로 많은 역습 찬스 무산'으로 정리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1월 17일·1대0 승)은 '볼을 뺏은 후 우리 실수로 뺏겨 수비에 많은 어려움'이라 썼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1월 22일·2대0 승)에 대한 자평은 '지속적으로 수비조직력에만 의존'이었다. 4강전이었던 이라크전(1월 26일·2대0 승)에 대해서는 '실수 때문에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헌납'이라고 평가했다. 호주와의 결승전(1월 31일·1대2 패)을 끝낸 뒤에는 '잘한 팀이 승리하지 않았다. 실수를 더 많이 한 팀이 졌다'고 썼다.

아시안컵을 통해 보완해야 할 단점은 '역습 실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방의 볼을 뺏은 뒤 역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뺏자마자 바로 뺏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실수에 대한 원인은 3가지로 진단했다.

첫번째는 '선수들의 문제점 인식 부족'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방 볼을 뺏었다가 다시 뺏기면 팀 전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선수들은 이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당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볼을 뺏은 뒤 바로 공격적으로 빌드업해야 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침착성과 상황판단 부족'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볼을 뺏은 뒤의 상황판단이 중요하다. 볼을 어디로 줄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고 했다.

물론 아시안컵에서 잘했던 부분도 밝혔다. 역시 3가지였다. 첫번째는 '규율'이었다. 두번째는 '조직력'이었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전술적인 조직력이 잘 됐다. 특히 수비조직력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마지막 장점은 '투지'였다. "미드필더들이 투지를 발휘해 앞선에서 볼을 저지했다"고 말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해서 전술적인 조직력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마지막으로 '축구는 복잡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정협과 오만전을 예로 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선발한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 수비진이 볼을 뺏었을 때 이정협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직선적 움직임'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움직임은 상대 수비수와 우리팀 동료들을 함께 보면서 해야 한다. 이정협은 영리했다"고 말했다.

오만전 영상을 틀어놓고서는 A대표팀 선수들의 영리함을 칭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은 나인백이나 텐백에 가까울 정도로 밀집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일관했다"며 "이 때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영리하게 경기를 펼쳐 승리했다. 축구는 테크닉과 멘탈(정신력), 피지컬(체력) 등 모든 변수들을 짧은 순간에 판단해야 하는 복잡한 경기다. 상황판단을 잘해야 좋은 선수가 된다"고 강조했다.
파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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