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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지만 잘 되는 길 간다는데…."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생애 첫 사령탑으로서 2015년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최고의 '타깃맨'으로 명성을 떨쳤던 김 감독은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게 '공격축구'로 인천을 변모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감독 선임 시기가 늦어져 동계 전지훈련이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 특유의 돌파력으로 새 시즌을 헤쳐나가려고 했다.
설기현은 최고참급 베테랑으로서 경험도 풍부하지만 동계훈련 기간 동안 누구보다 착실하게 준비해왔음을 김 감독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설기현이 작년 시즌 부상으로 충분히 뛰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선배로서 중심을 잘 이끄는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믿었던 고참 선수가 갑작스레 떠나게 됐다. 팀을 생각하면 충격이 크다. 하지만 김 감독은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후배를 담담하게 놔주기로 했단다.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시즌을 앞두고 커다란 공백이 생긴 터라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후배가 더 잘되려고 힘든 결심을 했는데 그의 앞길을 격려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했다.
설기현의 은퇴로 김 감독이 짜놓았던 전력 운용에도 당장 차질이 예상된다. 김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각오로 시즌을 맞을 생각이다.
당초 김 감독은 벨기에 출신 공격수 케빈과 설기현을 팀의 중심 '타깃맨'으로 삼아 교대로 역할을 맡기려고 했다. 케빈이 막히거나 공격축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설기현을 해결사로 투입하는 것이다.
시즌 초반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케빈-설기현 투톱을 가동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설기현이 빠지면서 케빈과 역할 분담을 해 줄 대안이 막막해졌다.
그래도 김 감독은 "여러가지 플랜을 준비해두고 있었는데 차선으로 준비한 플랜을 앞당겨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타깃맨이 케빈 혼자밖에 남지 않았으니 윙포워드 김인성 박세직 김대경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구상이다.
김 감독은 "제로톱도 염두에 두고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쓰게 되는 상황이 올 줄은 몰랏다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해줬으니 한 번 믿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공격축구를 한다고 했는데 일단 공격축구는 접고 전원 수비로 해야 하나요?"라는 김 감독의 농담 이면에는 당혹스러움과 걱정이 깊이 묻어났다.
김 감독은 "자기가 잘 되겠다고 결정했으니까 존중해줘야 하지 않겠나. 선수와 지도자는 다르니까 열심히 잘 하라고 응원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