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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설기현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아낀 전천후 공격수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렸다. 후반 43분 왼발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8강 진출에 주춧돌을 놓았다. 이어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면서 이탈리아를 낚고 8강에 올랐다.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도 번쩍였다. 3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키며 꿈도 꾸지 못한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잉글랜드 울버햄턴, 레딩, 풀럼 등에서 활약한 그는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설기현의 은퇴로 현역 '4강 전사'는 5명으로 줄어들었다. K리그 최다 출전 기록(679경기)을 작성중인 김병지(45)가 전남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김남일(38)은 올 시즌 일본 교토상가로 이적했다. 호주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차두리(35·서울)는 '시한부 현역'이다. 올 시즌 끝으로 그도 축구화를 벗는다. 한-일월드컵 당시 막내였던 이천수(34)가 인천, '롱스로인'의 대명사 현영민(36)은 전남에서 활약 중이다.
아마추어 지도자도 있다. 유상철(44)은 대전 시지휘봉을 잡았다가 자리를 옮겨 울산대를 이끌고 있다. 이을용(40)은 강원FC 코치로 활동하다 최근 청주대 코치를 보직을 변경했다. 최진철 감독(44)은 17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이운재 코치(42)는 올림픽대표팀에서 골키퍼를 조련하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다양하게 활동 중아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선물한 '주장' 홍명보 감독(46)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끝으로 지도자에서 물러나 있다. 그는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으로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한-일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 박지성(34)은 지난해 은퇴해 JS파운데이션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축구 방송계'도 평정했다. 안정환(39) 이영표(38) 송종국(36)은 선수 시절의 노하우를 백분 활용해 국내 지상파 방송의 해설가로 활동중이다. 안정환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블루칩'으로 대접받고 있다.
4강 신화들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걸었던 찬란한 길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