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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비는 비켜갔지만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오전 최저 기온은 2℃, 낮 최고 기온도 3℃였다. 찬바람이 생생 불었다.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최 감독은 당시 '그라운드의 여우'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45)과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둘은 축구계의 '톰과 제리'다. 최 감독이 '톰', 신 감독이 '제리'다. 신 감독은 18홀내내 최 감독을 웃고, 울렸다. 신 감독의 '입골프'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자선 골프대회는 실력만으로 정상에 설 수 없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12개 홀에 개인 핸디캡을 부과해 순위를 매기는 '신페리오 방식(파의 합계가 48이 되도록 12홀의 숨긴 홀을 선택해 경기 종료 후 12홀에 해당하는 스코어 합계를 1.5배하고 거기에서 코스의 파를 뺀 80%를 핸디캡으로 하는 산정 방식)'으로 승자를 가린다. 최 감독은 91타를 적어냈지만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69.4타를 적어내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최 감독이 자리를 비웠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광저우 원정으로 불참했다. 우승 상품은 업그레이드 됐다. 50인치 벽걸이 TV가 부상으로 내걸렸다. 최 감독의 공백에 안도한 신 감독은 티오프전부터 '우승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얼마 전에 아들 노트북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에 갔는데 벽걸이 TV가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 충동 구매의 덫에 걸릴뻔하다 골프대회가 생각났다. 진짜 TV를 교체할 때도 됐다. 올해는 정말 TV를 양보할 수 없다. 오늘은 꼭 TV를 받아 가야겠다." 신 감독은 주말 골퍼들의 꿈인 '싱글 골퍼'다. 지난해 스타군단 골프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다.
신 감독의 간절함은 통했다. 2015 자선골프 대회는 신 감독의 무대였다. 81타를 신페리오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70.4타를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이흥실 안산 감독(70.8타)과 3위 서정원 수원 감독(71.2타)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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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골프대회는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하나은행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후원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아시안컵에 이어 올해 6월에는 여자월드컵이 있고 8월에는 동아시아대회가 있다. 동아시아대회가 중국에서는 열리는 데 평균 5만 관중을 동원한다고 하고, 대표팀도 정예멤버를 동원한다고 하더라. 아시아 축구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 만큼 K리그 활성화를 위해 더 노력 하겠다. K리그가 살아야 한국 축구가 산다. 관중 증가와 즐거운 축구를 만들기 위해 프로연맹과 협조해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00여명이 참가한 자선 골프대회 참가비는 전액 축구발전기금으로 뜻깊게 쓰여진다. 화합과 온정이 물결치는 정이 넘치는 무대였다.
용인=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