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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 석자가 호명됐다. 그러나 그는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빈자리는 유난히 컸다.
금메달은 더 특별했다. 주전 공격수 2명(김신욱, 윤일록)이 부상의 덫에 걸렸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고정관념의 벽을 허물고, 시상대 맨꼭대기에 섰다. 이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그러나 이달 초 고열증세로 병원을 찾았지만 급성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의 진단을 받았다.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에서도 도중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시상식에선 이 감독을 보좌한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가 대리 수상했다. 최고의 날이지만 이 코치는 웃을 수 없었다. 그는 "감독님과 함께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했던 시간들, 선수들과 금메달 땄을 때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며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 나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지도자로서 감독님처럼 멋진 분은 없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 감독은 현재 항암치료를 받으며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 코치는 "이 감독님이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다. 꼭 그라운드에 복귀하라며 주시는 상인줄 알고 전달하겠다. 빠른 쾌유를 위해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분위기는 숙연해 졌다. 하지만 누구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코치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이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박수소리가 시상식장을 가득채웠다. 뭉클한 감동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