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5골, 박지성보다 더 대단한 이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2-24 07:11


기성용. ⓒAFPBBNews = News1

스완지시티의 '중원 사령관' 기성용(26)이 '레전드' 박지성(은퇴)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기성용은 22일(한국시각)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유전에서 리그 5호골을 기록, 박지성이 보유 중인 한국인 한 시즌 EPL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EPL에서 코리안리거 시대를 연 박지성이 남긴 역사에 기성용이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올 시즌 기성용이 만들어낸 5골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기록한 리그 5골(2006~2007시즌, 2010~2011시즌)보다 무게감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포지션을 비교해보자. 박지성은 맨유에서 활약할 당시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엄격히 분류하면 박지성은 공격수였다. '수비형 윙어'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고 해도 주임무는 공격, 즉 득점이었다. 반면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면 '박스 투 박스(Box-to-Box) 미드필더'로 분류된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는 자기 페널티박스부터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붙어진 명칭이다. 주임무는 공수 조율이고, 중원에서 좌우와 앞으로 찔러주는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포지션의 역할만 봐도 기성용에게 주어진 득점 찬스가 박지성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기성용의 올 시즌 경기당 평균 슈팅은 1회였다.

기성용과 박지성의 소속팀 전력도 큰 차이가 난다. 올시즌 스완지시티는 리그 9위에 올라 있다.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 최전방 공격수 보니는 맨시티로 이적했다. 기성용과 시구르드손, 윌리엄스가 그나마 손에 꼽히는 스타다. 상대를 압도할 전력이 아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활약했던 맨유는 당시 세계 최고 플레이어들의 집합소였다. 2006~2007시즌에 박지성은 호날두, 루니, 스콜스, 긱스, 캐릭, 네빌, 에인세, 에브라, 솔샤르, 퍼디낸드, 판 데 사르, 스미스와 호흡을 맞췄다. 2010~2011시즌 전력도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박지성이 각각 5골씩 넣었던 두 시즌에 맨유는 EPL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 기준, 두 팀의 선수단 전체 연봉 규모(맨유=약 3190억원, 스완지시티=약 940억원)도 약 3.4배 차이가 난다. 이런 전력 차이가 있기에 기성용과 박지성의 득점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기성용의 5골이 박지성의 5골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기성용의 올 시즌 득점행진은 EPL '빅클럽'의 수비형 미드필더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리그에서 기성용보다 많은 득점에 성공한 빅클럽 수비형 미드필더는 리버풀의 제라드(6골)가 유일하다. 이 중 4골이 페널티킥이었다. 이밖에 첼시의 마티치는 1골(25경기), 맨시티의 페르난지뉴는 2골(23경기), 맨유의 블린트는 2골(14경기)에 그치고 있다. 아스널의 램지는 3골(18경기)을 넣었고, 토트넘의 벤탈렙은 득점이 없다.

이제 기성용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기성용은 올 시즌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0.22골(23경기 5골), 전체 경기(리그컵 포함)에서는 0.21골(24경기 5골)을 넣었다. 올 시즌 종료까지 12경기 남았다. 수치상으로 2.5~2.6골을 추가할 수 있다. 3골을 더 넣는다면 기성용은 박지성이 2010~2011시즌에 세웠던 한 시즌 최다골인 8골(리그 5골, 리그컵 2골, 유럽챔피언스리그 1골)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한국인 유럽 빅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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