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돌아온 김승규, 울산에 웃음꽃 피웠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2-03 01:03 | 최종수정 2015-02-03 07:07



3일 일본 미야자키현 사이토시.

울산과 후쿠오카 대학 간의 연습경기가 치러진 이 곳에 낮설지 않은 장신의 청년이 여행가방을 들고 찾아왔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 나섰던 슈틸리케호에 합류했던 골키퍼 김승규(25)였다. 전날 A대표팀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김승규는 하루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미야자키에 도착했다. 김승규는 미야자키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1시간 남짓 거리인 연습구장으로 곧바로 달려왔다.

호주아시안컵은 김승규에게 '경쟁의 쓴맛'을 다시금 일깨워 준 대회다. 벨기에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김승규는 한국 축구 골키퍼 계보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새롭게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독주를 허용치 않았다. 정성룡(30·수원) 뿐만 아니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과의 경쟁체제까지 열렸다. 지난달 4일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선 후반전에 김진현을 대신해 경기장에 나서 무실점 승리에 공헌했다. 주전 자리는 그대로 김승규에게 돌아갈 듯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의 손을 들었다. 김진현이 감기몸살로 결장한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명불허전의 기량을 증명하며 무실점 승리를 완성했다. 하지만 더 이상 김승규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표정은 담담했다. 귀국날보다 오히려 활기가 넘쳤다.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난 기쁨이 커 보였다. 김신욱 김치곤 하성민 마스다 등 팀 동료들과 웃음 섞인 인사를 나누기 바빴다. 마침 이들이 속한 A팀의 경기가 끝난 터라 버스에 올라타 숙소 근천 온천으로 직행해 '누드토크'를 나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윤정환 울산 감독은 갑자기 김승규를 호출했다. "먼 길 다녀오느라 수고했다. 그런데 동료들 앞에 나가서 '잘 다녀왔다'는 인사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소개 좀 해봐라." 힘겨운 주전경쟁 끝에 다시 팀으로 돌아온 김승규의 긴장을 풀어줌과 동시에 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속내가 깔려 있었다. 어색한 미소 속에 김승규가 머리를 꾸벅 숙이며 "김승규 입니다"라고 말문을 여는 순간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윤 감독도 흐뭇한 미소로 이들을 지켜봤다. 미야자키의 밤이 그렇게 깊어졌다.


미야자키(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