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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단 지도 13년이 넘었다.
차두리의 축구인생은 세상과의 싸움이었다. '축구선수 차두리'이기 이전에 '차범근 아들'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시작으로 빌레펠트,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코블렌츠, 프라이부르크, 셀틱, 뒤셀도르프 등 굴곡 많은 여정을 걸었다.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 본능을 지우고 수비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4차례 월드컵에선 환희와 좌절이 엇갈렸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늘 갈증이 있었다. 아버지 차범근을 뛰어 넘어 '축구선수 차두리'로 기억되길 원했다. 2013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썼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정벌을 위해 차두리로 화룡점정 했다.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던 차두리도 배수의 진을 쳤다. "아시안컵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대회다."
마지막 상대 호주의 창끝이 날카롭다. 로비 크루세, 마시모 루옹고, 팀 케이힐, 매튜 렉키, 마크 밀리건, 마일 예디낙 등 탈아시아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차두리는 이들을 지움과 동시에 공격의 출발점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후반 폭풍질주 끝에 손흥민의 쐐기포를 도왔던 활약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한국 축구는 호주전을 끝으로 또 하나의 별을 떠나보내야 한다. 그러나 그 별은 어느 때보다 찬란한 빛을 밝히기 위한 예열을 마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