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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차두리의 태극마크 고별전, 한국 축구가 숨죽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1-31 17:12


ⓒAFPBBNews = News1

태극마크를 단 지도 13년이 넘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가 태극전사로 마지막 임무 수행에 나선다. 차두리는 31일(한국시각) 시드니의 호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결승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 무게감이 큰 차두리의 75번째 A매치다. 반 세기 만의 우승 염원이 그라운드를 수 놓는다. 1960년 대회 이후 아시안컵 우승에 입맞추지 못한 한국 축구는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전 무대에 선다. 개최국 호주의 8만 관중 앞에서 새 역사 창조에 도전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한 축을 담당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던 차두리에겐 최고의 피날레다.

차두리의 축구인생은 세상과의 싸움이었다. '축구선수 차두리'이기 이전에 '차범근 아들'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시작으로 빌레펠트,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코블렌츠, 프라이부르크, 셀틱, 뒤셀도르프 등 굴곡 많은 여정을 걸었다.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 본능을 지우고 수비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4차례 월드컵에선 환희와 좌절이 엇갈렸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늘 갈증이 있었다. 아버지 차범근을 뛰어 넘어 '축구선수 차두리'로 기억되길 원했다. 2013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썼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정벌을 위해 차두리로 화룡점정 했다. 현역과 은퇴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던 차두리도 배수의 진을 쳤다. "아시안컵은 내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대회다."

마지막 상대 호주의 창끝이 날카롭다. 로비 크루세, 마시모 루옹고, 팀 케이힐, 매튜 렉키, 마크 밀리건, 마일 예디낙 등 탈아시아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차두리는 이들을 지움과 동시에 공격의 출발점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후반 폭풍질주 끝에 손흥민의 쐐기포를 도왔던 활약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날 호주스타디움엔 어머니 오은미씨가 아들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오 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3년 만에 아들이 뛰는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이라크와의 4강전부터 차 감독과 함께 관중석을 지킨 오씨는 아들의 마지막 A매치를 기념하기 위해 호주스타디움을 찾았다. 태극마크 아래 동고동락한 후배들은 선배의 퇴장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 축구는 호주전을 끝으로 또 하나의 별을 떠나보내야 한다. 그러나 그 별은 어느 때보다 찬란한 빛을 밝히기 위한 예열을 마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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