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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호주아시안컵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지난해 10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3개월 만에 나선 국제대회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부진 이후 열리는 메이저대회이기 때문에 팬들의 눈은 우승을 향해 있었다. 부담이었다. 그러나 부딪히기로 했다. 그의 결연한 의지는 호주 시드니에 차려진 베이스캠프로 출국하기 전 드러났다. 한국에 혼자 남아있어야 할 아내를 스페인으로 돌려보냈다. 국제대회에 아내를 데려올 수도 있었지만, 감독 임무에만 신경쓰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가 드러났다.
황당한 사연이다. 26일(한국시각) 이라크와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결승전. 이날도 비가 내렸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 5경기 중 3경기를 빗속에서 치렀다. 이제 익숙해질만도 하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황당함을 경험했다. 정장 차림의 슈틸리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어김없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90분 내내 벤치에 앉지 않았다. 선수들과 똑같이 테크니컬 지역에서 비를 맞으면서 지휘했다. 심판 판정에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고, 박수를 치며 실수한 선수를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기 전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다. 목에 걸었던 출입증을 잠깐 대표팀 관계자에게 맡기고 탈의실로 들어가려했다. 그런데 보완요원이 슈틸리케 감독을 가로막았다. 출입증 없이는 절대 탈의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보안 요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방금 경기를 끝낸 감독이었다. 규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보안 요원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대표팀 관계자가 다시 출입증을 걸어주고서야 슈틸리케 감독은 탈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시더라"고 전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