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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슈틸리케호 IN&OUT]亞컵 득점왕 출신 父묘 찾고 온 조준헌 협회 홍보팀장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30 07:06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당시 박지성(왼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 팀장. 도하(카타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슈틸리케호가 이렇게까지 선전할거라 기대한 팬들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발탁한 최종명단에는 국제대회 경험이 아예 없거나 적은 선수들이 많았죠. 게다가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죠. 팀은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한건 이기적인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7년 만의 결승에 올랐죠. 이 반전으로 13년 전 추억의 카드를 꺼낸 대표팀의 한 관계자가 있습니다. 바로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장입니다.

조 팀장의 부친은 故(고) 조윤옥 전 A대표팀 감독이었습니다. 현역 시절 '드리블의 마술사'로 불렸던 조 전 감독은 아시안컵과 인연이 깊은 분이시죠. 한국이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품었던 1960년 대회 때 득점왕(4골)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4팀밖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득점왕 기록에는 조 전 감독의 이름이 남아있죠. 조 팀장은 자신의 입으로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4년마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조 전 감독의 아들이란 사실이 부각된다고 하네요.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 팀장은 이번 아시안컵을 위해 호주로 건너오기 3일 전 경기도 파주 용미리에 계신 부친의 묘를 찾았다고 합니다. 국제대회 출장을 가기 전 처음으로 들렸다는군요. 2007년 동남아 대회와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1년 카타르 대회까지 팀 매니저(주무)를 할 때에도 찾지 않았던 부친의 묘였답니다. 이번에는 조 팀장의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2013년 5월 홍보팀장을 달고 두 번째 참가했던 국제대회인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성적이 부진했죠. 당시 비난 여론 때문에 곤혹을 치렀죠. 그래서 부친에게 '대표팀이 호주에서 꼭 우승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드리고 왔답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유대우 축구협회 부회장 겸 호주아시안컵 단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바라는 조 팀장의 간절한 마음이 결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시드니(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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