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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라크전] 슈틸리케호, 8년 전 콸라룸푸르를 기억하라

기사입력 2015-01-25 22:21 | 최종수정 2015-01-2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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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 선수들(오른쪽)이 2007년 7월 25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부킷 잘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라크와의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가 확정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8년 전인 2007년 7월 25일. 한국 축구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이라크와 만났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은 승리를 자신했다. 8강에서 숙적 이란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렵게 통과한 조별리그의 부담과 앞선 대회서 패한 이란을 넘어서고 올라선 무대였다. 자신감에 충만했다. 이라크는 8강에서 공동개최국이었던 베트남을 2대0으로 완파했지만, 한 수 아래의 전력 쯤으로 여겨졌다. 대회 직전인 6월 29일 서귀포에서 가진 평가전서 이미 이라크를 3대0으로 완파한 터라 자신감에 충만했다.

그러나 경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이라크는 한 달 전과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내전의 아픔에 시달리는 자국민을 축구로 웃게 만들겠다는 동기부여로 똘똘 뭉쳐 있었다. 120분 간의 혈투 끝에 결국 0대0으로 막을 내렸다.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4번째 키커로 나선 염기훈의 실축에 이어 5번째 키커 김정우까지 기회를 성공시키지 못하며 그대로 눈물을 흘렸다. 37년 만의 아시아 정벌 꿈은 그렇게 무너졌다.

8년이 흘렀다. 한국과 이라크는 다시 4강 길목에서 만났다. 이번에도 한국의 절대 우위가 점쳐지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1골을 넘지 못했던 득점포도 비로소 기지개를 켰다. 에이스 손흥민이 우즈베키스탄전 멀티골로 미소를 지었다. 이라크는 이란과 연장전에서만 4골을 주고받는 대혈투 끝에 승부차기서 이겨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 카심이 경고누적으로 빠진다. 2007년 대회 우승의 주역 유니스 마흐무드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모두가 한국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8년 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패배를 안긴 주역은 이라크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5일(한국시각) '한국이 또 한 번의 아시안컵 이라크 쇼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이번에도 축구를 통한 화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의 갈 길도 분명하다. 반 세기 만의 아시아 정벌 꿈을 더는 미뤄둘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만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랭킹이 3위다. 이라크는 13위다. 부담이긴 하다. 방심은 금물이다. 2007년 진 경험도 있다. 충분히 이길 자신도 있다. 결승에 올라간다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 중요한건 승리다." 반세기 만의 아시아 정벌에 이제 한 걸음이 남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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