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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랜드FC의 탄생은 한국 프로축구의 축복이다.
지난해 일찌감치 스코틀랜드 출신 마틴 레니 감독(40)을 선임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공개테스트도 실시했다. 1단계 옥석가리기를 마쳤다. 홍보 전략은 거창했다. '레니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선발된 신인 선수들의 스토리를 연재하고 있다. '마틴 레니 감독은 완성된 선수보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을 신인 선발의 지표로 삼았습니다. 지금까지 선발된 신인 선수들은 마틴 레니 감독의 지도로 뛰어난 선수로서뿐 아니라 훌륭한 인격체로도 성장시키는 것이 마틴 레니 감독과 서울 이랜드FC의 목표입니다.' 스토리 첫 장에 소개된 글이다.
여기에다 김재성 김영광 등 국가대표 출신 대어들도 영입하며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논란이 많았던 홈구장도 자리를 잡았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5000석 규모의 가변좌석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거침없는 행보에 파격, 신선, 충격 등 흥분이 춤을 춘다.
이유가 있었다. 연례 행사는 아니지만 프로구단들은 필요할 때 입단테스트를 실시한다. 클래식 팀들은 유망주들을 영입하기 위해 문을 연다. 챌린지 팀들은 무명 선수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 '무료'다. 입단 테스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이랜드FC의 행보는 '특별'했다. 마치 '입시'를 방불케 했다. 1만원의 서류전형료와 4만원 실기전형료를 받았다. 입단테스트의 총 지원자는 546명이었다. 439명이 1만원을 지불하고 서류 심사를 받았다. 다시 140명을 추려냈다. 이들에게는 4만원을 더 받고 실기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랜드FC에 매력을 느낀 '손님'들이다. '완생'을 꿈꾸는 '미생'들이었다. 이들에게도 돈을 받는다는 것에 '가혹하다'는 의견은 여전히 우세하다.
이랜드FC의 입장은 다르다. 권성진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실질적으로 그 돈을 받아 수천만원을 버는 것도 아니다. 없다고 해서 구단 운영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며 "가치를 생각했다. 선수들이 공짜로 테스트를 받으며 이 팀, 저 팀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돈을 내면서 테스트에 대한 가치를 느끼고, 최선을 다하게 끔 하는 것이 우선적인 이유였다"고 했다. 그리고 "프로축구단 운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들은 비즈니스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류 전형에도 수고와 비용이 들어간다. 우리 또한 성심성의껏 준비해 좋은 가치를 느끼게 끔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돈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논리에선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다. 울림은 크지 않다. 이랜드FC는 자라나는 축구 새싹들에게는 또 다른 꿈이다. 수익은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창출할 수 있다. 과연 비즈니스 가치를 '꿈'에도 적용해야 할까, 의문부호가 달린다. 입단테스트에 참가한 선수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그들에게 무분별한 도전은 없다. 왜냐하면 프로의 벽은 여전히 높다. 클래식이든, 챌린지든, 선택된 자만이 K리그를 누빌 수 있다.
합리적이고 따뜻한 투자는 필요하다. 이랜드FC가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 2팀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