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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긴급점검]슈틸리케호 줄감기, 어떻게 선수관리 했길래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14 05:12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태극전사들에게 '감기 비상'이 걸렸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많은 변수에 사로잡힌다. 부상은 피하기 힘들다. 경기 중 일어나는 상황은 언제나 예측불허다. 그러나 예방할 수 있는 것 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감기다. 세 명이나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 손흥민(23·레버쿠젠) 구자철(26·마인츠)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다. 모두 슈틸리케호의 주축 선수들이다. 가벼운 감기가 아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번졌다. 13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쿠웨이트와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 '환자 3명'은 모두 결장했다. 출전 선수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55년 만의 꿈꾼 아시안컵 우승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 놓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책임져야 하는 대한축구협회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슈틸리케호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줄감기 왜 걸렸나

호주 캔버라의 날씨는 변덕이 심했다. 오락가락 비가 내렸다. 현지인들도 이상 기후에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이 시기에 비가 이렇게 내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바람도 강하게 분다. 기온은 들쭉날쭉하다. 아침과 저녁에는 긴 팔을 입어야 할 만큼 쌀쌀하다. 선수들이 비를 맞으면서 훈련한 적은 없다. 공교롭게도 슈틸리케호가 지난 6일 결전지 캔버라에 입성한 뒤 네 차례의 훈련이 끝나자마자 비가 내렸다. 그러나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두 차례 비를 맞았다. 4일 사우디아라이바와의 평가전, 10일 오만과의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이었다.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1~3일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가 코나 입에 어느 정도 침투했는가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컨디션 조절이 필수적인 선수들에겐 미열도 민감할 수 있다. 선수들은 지난 10일 오만전이 끝난 뒤 감기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도 12일 미열을 동반한 몸살 기운으로 쿠웨이트전 대비 최종 훈련에 불참했다. 구자철 김진현은 설사까지 동반했다고 한다.

줄감기 왜 막지 못했나

대표팀에는 주치의가 배정된다. 배정은 의무분과위원회의 몫이다. 이번에도 주치의가 배정됐다. 현재 주치의는 지난해 11월 중동 원정 2연전 때부터 A대표팀과 함께 했다. 감기는 선수들의 개인적인 관리 소홀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단의 컨디션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팀에서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 빗속에서 치른 오만전 이후 선수들에게 감기를 피하는 요령을 알려줬어야 했다. 협회 국가대표지원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호주가 아무리 계절상 여름이라고 하지만, 변덕스런 날씨에 대비를 했어야 한다. 선수단보다 하루 먼저 결전지에 도착하는 선발대도 현지 환경과 날씨를 꼼꼼하게 챙겼어야 했다.


협회, 똑같은 실수 반복

불과 7개월 전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도 대표팀 내 감기주의보가 발령됐다. 전지훈련지였던 미국 마이애미로 떠나기 전 맞았던 황열(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출혈열)병 주사가 문제로 지적됐다. 선수들은 감기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 홍정호(26·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27·볼턴) 이 용(29·상주) 등 주전 선수들이 감기로 곤혹을 치렀다. 여파는 당연히 본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몸 상태를 정상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던 태극전사들은 조별 리그에서 짐을 싸야 했다. 마이애미의 날씨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척 더웠다. 비도 많이 오는 등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캔버라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축구협회는 브라질월드컵 이후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백서를 만들었다. 날씨, 환경에 대한 적응 방법, 코칭스태프의 선수 관리 등 많은 부분을 담았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은 모습이다. 당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캔버라(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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