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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컵]슈틸리케 돌직구, 태극전사 약으로 삼아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1-14 04:37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1)은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선수들에 대한 비판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똘똘 뭉쳐야 했다. 태극전사들의 기를 살려줘야 55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다가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방법을 바꿨다. 13일(이하 한국시각) 쿠웨이트전에서 졸전을 펼친 선수들에게 할 말은 했다. 돌직구를 날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상대 팀을 칭찬했다. 그는 "쿠웨이트가 1차전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나왔다. 다른 경기 스타일을 보여줬다. 우리도 충분히 얘기했고 준비했다. 이런 말을 하기 싫지만 경기 중에 상당 부분 쿠웨이트가 우리보다 우세했다. 볼 경합, 패스가 더 나았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날 슈틸리케호의 패스 성공률은 78.8%였다. 총 430회의 패스가 이뤄졌다. 그러나 같은 1대0이란 스코어로 승리한 오만전은 달랐다. 패스 성공률이 86.4%였고, 패스 횟수도 596회나 됐다. 50.8%를 보인 볼점유율도 오만전(67.1%)보다 떨어졌다.

경기 전 태극전사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하이파이브까지 했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경기 중에는 선수들의 얘기를 몸으로 대변해줬다. 상대의 깊은 태클이 가해질 때 경고를 꺼내지 않는 주심에게 강력한 어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태극전사들이었다. 훈련의 성과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컨트롤, 볼키핑, 패스미스를 훈련해야 할 것이다. 훈련 때는 잘되는데 실전에서 안 된다. 선수들이 볼을 100번 정도 빼앗겼는데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볼을 빼앗긴 횟수도 한국(150회)이 쿠웨이트보다 3개 적었을 뿐이었다.

공간 장악 실패도 졸전의 이유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쿠웨이트에 상당한 공간을 내줬다. 그렇게 하면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 등 빅클럽 수비수들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든 것이 정신력에 귀결된다고 믿고 있다. 더 강한 정신력을 요구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한 정신력이다. 한국 팬들은 기대감이 크다. 국민들은 오만, 쿠웨이트를 크게 이길 것으로 봤을 것이다. 이겼지만 이기지 못할 경기를 했다. 호주전은 두 팀과 차원이 다른 강팀이다. 선수들이 부담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일침을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다. 23명의 태극전사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은 개선시키면 된다. 시간도 충분하고, 자존심이 걸린 호주전에는 몸살과 부상으로 쿠웨이트전 명단에서 제외됐던 선수들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태극전사들은 돌직구에 담긴 의미를 약으로 삼아야 한다.

캔버라(호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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