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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의 기세를 잃고 추락하는 듯 했던 사우샘프턴이 어느새 리그 3위로 재도약했다.
사우샘프턴은 리그 초반 첼시에 이어 2위를 질주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11월 30일 맨체스터시티 전 0-3 참패를 시작으로 '죽음의 일정'에 허덕였다. 아스널-맨유 등 상위권 팀에 잇따라 패하며 '반짝 상승세'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하위권팀 번리, 3부리그 쉐필드 유나이티드(리그컵)에게까지 무너지며 급속도로 추락했다.
'겁없이 날뛰던' 공격진의 부진이 컸다. 그라치아노 펠레-두산 타디치 등 상승세를 이끌던 선수들이 일제히 침묵했던 것. 핵심 선수 모르강 슈나이덜린의 부상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로널드 쿠만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이 돋보였다. 지난달 27일 에버턴 전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린 쿠만 감독은 교체 멤버로 활용되던 사디오 마네에게 적극적인 기회를 부여했다. 마네는 크리스탈 팰리스(3-1 승), 첼시(1-1 무), 아스널(2-0 승) 전에서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상승세를 이끌던 마네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쿠만은 이날 맨유 전에서도 상대의 3백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1-0 승리를 거뒀다. 특히 전반 20분 토비 알더르베이렐트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투입된 플로린 가르도스가 제몫을 다했고, 후반 17분 교체투입된 두산 타디치가 결승골을 터뜨린 점은 쿠만의 용병술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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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만 감독은 맨유 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4위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EPL 톱4를 겨냥했다. 쿠만 감독은 아스널 전을 앞두고도 "우리가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칠 것"이라고 도발하는 등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빅 클럽들과의 대결도 더이상 두렵지 않다. 맨유 전 승리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는 여유도 보였다.
사우샘프턴은 우여곡절 끝에 잔류한 슈나이덜린에게 후회가 아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8위, 올시즌 초 2위의 성적이 단순한 '반짝'이 아님도 증명하고 있다. 사우샘프턴이 EPL 톱4의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