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초 '할배 감독'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종환 감독(76)과 이차만 감독(64)이 각각 성남과 경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은 1999년 부산 대우에서 사임한 뒤 15년 만의 복귀였다. 박 감독도 2006년 대구 감독 사임 이후 8년 만에 재등장했다. 기대가 컸다. 그러나 두 '할배 감독'은 시도민구단의 한계와 세월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중하차했다. 한 시즌을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 브랑코 바비치 감독대행(67)의 경남과 박항서 감독(55)의 상주 상무가 2부 리그로 추락했다. 올시즌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40대다. 클래식에선 현재까지 3명의 사령탑이 교체됐다. 제주의 박경훈 감독(53)과 울산의 조민국 감독(51)이 물러났다. 그 자리를 40대인 조성환 감독(44)과 윤정환 감독(41)이 채웠다. 전남 감독도 어려졌다. 하석주 감독(46)이 사퇴하고, 노상래 감독(44)이 지휘봉을 잡았다. 챌린지(2부 리그)에서 클래식 승격을 일군 조진호 대전 감독(43)과 남기일 광주 감독(40)도 당당한 40대 초반이다.
40대 바람은 2012년부터 불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43)이 K-리그를 제패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황선홍 포항 감독(46)이 '더블(정규리그와 FA컵 우승)'을 달성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올초 시도민구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결국 40대 감독의 바람을 거부하지 못했다. 올시즌 K-리그에서 우승한 최강희 감독은 후배 지도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왜 40대일까. 우선 변화를 시도하는 구단 색깔과 맞아 떨어진다. 40대 감독의 성공 스토리에도 눈길이 갔다.
강점도 있다.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문제가 없다. 40대 감독의 경우 K-리그에서 뛰는 고참선수들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선수들과의 세대 차가 크지 않다. 선수단 장악에 큰 걸림돌이 없다. 지도자 세계도 달라졌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구촌 축구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현재 40대 감독들의 경우 대부분이 '공부하는 지도자'들이다. 전술 흐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실험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젊어지는 감독 연령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선배 지도자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도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패기에 가로막혀 1부인 클래식에서 날개를 펴지 못하는 점은 40대 대세론의 또 다른 이면이다.
내년 40대 감독들 사이에서 더 불꽃튀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황선홍 최용수 감독을 넘어서겠다는 당찬 목소리도 가득하다. 물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젊은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생존하지 못하면 그들도 '할배 감독'의 전철을 밟게 된다.
'40대 대세론', 전쟁은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