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렌지색(제주 유니폼 색)만 봐도 상대가 부담을 느끼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어요."
박경훈 전 감독의 후임으로 낙점받은 조성환 신임 감독(44)의 포부다. 제주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감독의 선임 사실을 밝혔다. 깜짝 인사였다. 그간 제주의 전신인 부천SK 출신들을 중심으로 후임 감독 선정 인사를 진행했던 제주는 고심 끝에 제주 2군 감독을 맡았던 조 감독을 낙점했다. 조 감독은 "발표 후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다. 박 감독님이 사퇴하고 부천SK 출신들 중에서 후임을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후보군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구단의 제안을 받고 결심하니까 얼떨떨하다"고 했다.
조 감독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제주 축구의 뿌리와도 같은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조 감독 역시 '니포축구'를 언급했다. 그는 "니포축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화려한 패싱게임을 중심으로 상대에 따른 변화무쌍한 전략이 니포축구의 핵심이었다. 나 역시 이 같은 축구를 배워왔고, 익숙하다"며 "여기에 이기고자 하는 강한 정신력을 더하고 싶다. 이기는 습관이 들 수 있도록 강하게 선수들을 이끌겠다. 우리가 볼을 잡았을 때 보다, 볼을 뺏겼을 때 상대가 주눅이 들 수 있는 플레이가 중요하다. 오렌지색만 봐도 부담을 느끼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까지 내부에서 제주 축구를 관찰해온 만큼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했다. 그는 "구단이 나를 택한 배경을 자세히는 몰라도 일단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주의 장점은 역시 미드필드다. 올 시즌에는 수비까지 강화했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공격진을 보강해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제주가 매 시즌 후반기 성적이 두드러지게 떨어졌는데, 체력적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신적인 부분도 강조할 예정이다"고 했다.
제주는 감독을 활용한 마케팅을 즐겨했다. 박 전 감독은 군복, 가죽재킷, 지휘자복까지 입었다. 조 감독은 자신 보다는 선수들이 부각되는 게 좋다고 했다. 조 감독은 "박 감독님보다 인지도 등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 구단에서 요청이 온다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지만, 감독이 아닌 선수들을 부각시키고 싶다. 마케팅팀과 잘 상의해서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격 없는 소통으로 빠르게 '원팀'을 만들 생각이다. 조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속도를 올린 후 전력 보강 작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외국인선수는 사실상 영입을 확정 지은 상태다. 조 감독은 "올 시즌에도, 다음시즌에도 제주의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다. 약점들만 보완한다면 분명 가능성이 있다. 최선을 다해 제주의 ACL행에 힘쓰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