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12개구단 운영성적]시도민구단 이대로면 미래없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2-04 17:17 | 최종수정 2014-12-05 07:27



한지붕 한 집 살림이어야 하지만 K-리그는 두 집 살림이다.

기업과 시도민구단으로 두 축이 형성돼 있다. 시도민구단이 탄생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함량미달이다. 100점 만점에 50점을 넘은 시도민구단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빈수레가 요란한 것일까. 불만의 목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정작 내용은 없다. 낙제점이다.

한 해가 또 흘렀다. 스포츠조선은 2012년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K-리그 16개 구단의 운영 능력을 평가, 1위부터 16위까지 줄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14개 구단을 평가했다. 올해는 12개 구단으로 1부 리그인 클래식이 운영됐다.

스포츠조선 축구전문기자 9명이 클래식 14개 구단의 2014년 올시즌 운영 성적표를 매겼다. 전문가 4명(한준희 KBS 해설위원,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박문성 SBS 해설위원,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평가도 반영했다. 개막 전 목표 순위와 현재의 위치를 평가한 목표성취도를 비롯해 선수단 운용 능력 관중 동원 능력 페어플레이 연고지 밀착도 외국인 선수 활용 능력 홍보 파워 팬서비스 등 마케팅 역량 유소년시스템 전문가 평점 등 경기력과 행정 능력 등을 종합 평가했다. 항목당 10점 만점으로 난상토의 끝에 최대공약수를 도출했다.

시도민구단, K-리그의 서글픈 현주소였다. 2부 리그 강등의 중심에 서 있는 시도민구단은 올해 4개팀으로 줄었다. 이변은 없었다. 운영 성적 9위부터 최하위인 12위까지 시도민구단이 점령했다. 9위 인천이 48.4점, 10위 경남이 42.6점, 11위 성남이 42.0점, 12위 상주는 27.8점으로 집계됐다. 나란히 그룹B에 포진한 4개팀의 평균 관중은 5000명을 밑돌았다. 경기력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홍보와 마케팅 역량도 떨어졌다. 올해 시민구단으로 탈바꿈한 성남FC의 경우 FA컵에서 우승해 목표성취도에서 6점을 받았지만 행정 능력에선 수도권 구단의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

K-리그는 지난해 1, 2부 승강제 도입에 앞서 양적 팽창을 일궈냈다. 시도민구단이 당당히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자금동원능력에서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신선함도 떨어졌다. 각 시도 행정 조직의 '2중대'로 전락, 축구 본연의 가치를 살리지 못했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치 논리가 우선이었다. 시도민구단의 후퇴는 K-리그 전체판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지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로 전락했다.

물론 시도민구단은 '미운 오리'가 아니다. K-리그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비상이 절실하다. 세상도 시도민구단의 기적을 바라고 있다. 선결 과제가 있다. 결국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윗물에선 드디어 1등이 바뀌었다.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FC서울은 3위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전북이 꿰찼다. 최초로 1위에 올랐다. 2012년 5위에서 출발한 전북은 지난해 4위에 이어 올해 정상을 밟았다. 페어플레이에서 11위를 기록, 2점에 그쳤지만 목표성취도와 선수단 운용 능력, 외국인 선수활용 능력에서 만점을 받았다. 전북은 총점 82.8점을 기록했다.


올해 K-리그를 제패한 전북은 '절대 1강'으로 손색이 없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뛰어난 선수 관리와 카리스마로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선물했다.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공격적인 투자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수원도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2위(79.9점)에 오르며 명가 재건의 기치를 내걸었다. 수원은 흥행에선 지존 행진을 이어갔고, 성적도 우수했다. 3위 서울의 총점은 78.0점이었다. 데얀과 하대성의 이적으로 과도기를 보낸 서울은 2015년을 기약하고 있다. 4~8위는 제주(66.9점), 포항(60.3점), 전남(57.5점), 울산(56.5점), 부산(49.2)이 차지했다.

아쉬운 점은 12개 구단 가운데 A학점을 받은 구단은 단 한 팀도 없었다는 것이다. 2015년은 또 다른 세상이다. K-리그가 살아야 한국 축구가 산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미래는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