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합류 강수일, '다문화 태극전사' 새 역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04 18:04 | 최종수정 2014-12-05 07:23


◇강수일.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남들과 달랐다. 그래서 비뚤어졌다.

강수일(27·포항)의 유년기는 썩 유쾌하지 못했다. 아프리카계 혈통 미국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다. 아버지와 닮은 피부색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학창시절엔 '마이콜(만화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다문화 가수 지망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남들의 눈길이 싫었다. 쳐다보기만 해도 주먹질을 했다. 축구도 인근 초등학교에 싸우러 갔다가 그 학교 축구부 감독의 눈에 들어 시작했다. 관심과 차별의 대상이었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식당의 '주방 아줌마', 청소원 등 궂은 일을 마다않고 자신을 뒷바라지 한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그래야 했다. 상지대 1학년이던 2006년 '빨리 돈을 벌어 어머니를 호강시키겠다'는 일념 하에 프로의 문을 두들겼다. 이듬해 번외 지명으로 인천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하지만 '될성 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만 따라다닐 뿐, 터지지 않았다. 2010년 음주폭행 구설수에 오른 뒤 임의탈퇴, 제주 이적 등 굴곡을 겪었다. 새출발을 다짐했지만, 제주에서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지난 3월 황선홍 포항 감독이 강수일을 임대 영입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몸값을 깎아서라도 포항에서 재기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믿었다. 강수일은 올 시즌 리그 29경기서 6골-3도움을 올려 프로 입단 8년 만에 개인 최고 기록을 썼다.

강수일이 슈틸리케호에 합류한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4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내놓은 제주도 전지훈련 소집 명단에 강수일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생애 첫 태극마크다. 편견을 딛고 기량을 갈고 닦아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까지 나섰던 수비수 장대일(은퇴)에 이은 오랜만의 '다문화 태극전사'다. 평소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의 롤모델이 되고자 '태극전사'를 목표로 뛰었던 강수일의 가슴을 흔들 만한 '사건'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수일 외에도 수비수 정동호(24·울산), 미드필더 이주용(22), 이재성(22·이상 전북), 김은선(26), 권창훈(20·이상 수원), 정우영(25·고베), 김성준(26·세레소 오사카) 등 새 얼굴 13명을 대거 발탁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 대비해 제주에서 열릴 국내 훈련을 통해 마지막 옥석을 가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임창우(22·대전)는 "최근에 주목을 받으면서 대표팀 경기를 신경쓰면서 봤다. 감독님이 불러준 만큼 장점을 보여주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권창훈 역시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왔다. 배우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15일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도에 도착, 21일까지 서귀포시의 서귀포시민구장, 서귀포축구공원, 강창학구장 등에서 훈련하기로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 결과를 토대로 최종명단을 확정한 뒤, 27일 결전지인 호주로 출발할 계획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A대표팀 제주도 전지훈련 명단(28명)

GK=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김승규(24·울산) 정성룡(29·수원) 이범영(25·부산)

DF=차두리(34) 김주영(26·이상 서울) 정동호(24·울산),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 임창우(22·대전) 장현수(23·광저우 부리)김영권(24·광저우 헝다)

MF=김민혁(22) 김민우(24·이상 사간도스) 홍철(24) 김은선(26) 권창훈(20·이상 수원) 이주용(22·전북) 박종우(25·광저우 부리) 정우영(25·고베) 김성준(26·세레소 오사카) 윤일록(22·서울) 한교원(24) 이재성(22·이상 전북)

FW=김승대(23) 강수일(27·이상 포항) 이정협(23·상주) 이용재(23·V-바렌 나가사키) 황의조(22·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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