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기라드'형, 다음에 QPR 홈에 오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2-04 07:19



"기라드(기성용+리버풀 에이스 제라드를 조합한 별명) 형 골 때문에 져서 슬퍼요."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 이하 QPR)은 '코리안더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3일(한국시각) 영국 웨일스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EPL 14라운드, 올시즌 첫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스완지시티 미드필더' 기성용(25)과 'QPR 수비수' 윤석영이 격돌했다. 기성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스완지시티가 2대0으로 완승했다.

지난 2013년 12월 29일 이후 EPL에서 1년만에 이뤄진 코리안 더비다. 2013~2014시즌 카디프시티와 선덜랜드의 EPL 19라운드에서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임대 신분으로 선덜랜드에서 활약하던 기성용이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승자는 없었다. 기성용이 풀타임, 김보경이 79분간 활약했지만 두 팀은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코리안더비는 극적으로 성사됐다. 기성용의 선발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윤석영의 컨디션이 관건이었다. 직전 레스터시티전에서 후반 초반 무릎 부상으로 교체됐다.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은 사흘만의 원정에서 100%가 아닌 윤석영을 중용했다.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리버풀전 이후 7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처음 적으로 만난 기성용과 윤석영은 치열했다. 두 선수 모두 팀내 입지를 재확인한 경기였다.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브리턴과 호흡을 맞췄다. 왼쪽 수비수 윤석영은 스피드가 좋은 스완지의 오른 측면 공격수인 라우틀리지 봉쇄 임무를 맡았다. 라우틀리지가 후반 39분 쐐기골을 터뜨렸지만, 윤석영의 활약은 무난했다. 경기 직후 영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게 평점 6점, 윤석영에게 평점 5점을 부여했다.

윤석영은 "경기 당일까지 뛸지 안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침에 테스트해보니 상태가 괜찮았다"고 출전 배경을 밝혔다. "스완지가 홈에서 강하고, 패스 플레이가 좋고, 윙어들이 빠르고, 움직임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고 했다. "프리미어리그는 매경기가 '빡세다(힘들다)'. 최고의 몸상태여도 완벽하게 막기는 정말 힘들다. 생각처럼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90분 내내 경합했던 라우틀리지에게 실점한 부분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스피드 좋은 선수들을 많이 상대해봤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의 특징은 잘 알고 있었는데…,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매경기 꾸준한 선수가 진짜 강한 선수인 것같다"고 했다.

강등권 19위의 QPR로서는 홈팀 스완지시티의 파상공세 속에 후반 33분까지 0-0 균형을 유지하던 경기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윤석영은 "우리는 원정 승점 1점이 간절한 상황이었는데…, 성용이형 골이 들어가는 순간엔 솔직히 완전 속상했다"며 웃었다. 제아무리 절친 '기라드 형'의 골이라고 해도, 프로 세계의 맞대결에서 패자는 아프다. 윤석영은 "수비수로서 누가 골을 넣든 간에 실점하면 속상한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물론 경기장 밖에선 '절친 모드'로 돌아왔다. 따뜻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끝나고 만나서 축하해줬죠. 스완지시티, 좋은 팀이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윤석영은 지난해 2월 QPR 입성 이후 레드냅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며, 7경기중 6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최고의 시즌을 구가하고 있다. 컨디션에 대한 걱정에 "무릎 상태는 괜찮다. 주말까지는 괜찮아질 것"이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기라드형, 다음에 QPR 홈에 오면 꼭 이길 겁니다." 승부욕을 불태웠다. QPR과 스완지시티의 리턴매치는 새해 첫 경기인 내년 1월 2일에 펼쳐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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