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창의성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자론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2-04 12:17


2014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컨퍼런스가 4일 오전 파주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열렸다.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강당에 모인 많은 지도자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우리말로 된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강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파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2.04/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2014년 대한축구협회(KFA) 기술 컨퍼런스 강사로 나섰다.

4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1층 강당에서 열린 이날 기술 컨퍼런스의 열기는 뜨거웠다. K-리그 클래식 챌린지 등 프로구단 사령탑은 물론 유소년 감독들까지 170여 명의 지도자들이 강당 출입구까지 발디딜 틈 없이 늘어섰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축구인들이 뜨거운 향학열을 불태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 여기 강사로 오긴 했지만 여러분들과 동료라는 마음으로 왔고,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담 공유하고자 한다"는 겸손함으로 서두를 열었다. '현대 축구지도자에게 필요한 역량과 덕목'이라는 주제로 30분간 강의를 이어갔다.

여러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하는 감독이 갖춰야할 필수 역량으로 지식, 경험, 심리학, 공정성과 객관성, 분석능력, 교육역량, 개성 등 7가지를 꼽았다. 경험과 관련해 "1989년 6월 스위스대표팀 감독으로 첫 데뷔해 브라질대표팀과 경기했다. 더운 날씨였는데 사이드라인데서 거의 선수들과 같은 양을 뛴 것같다. 경기후 선수들과 함께 샤워를 하고 나간 게 생각난다"며 웃었다. "젊었을 때 선수같이 뛰고 싶은 게 있었다면 나이가 들고 성숙하면서 어떻게 이 선수들을 더 잘뛰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정성, 객관성도 강조했다. "나도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항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한팀에 오래 있는 경우 오래 된 선수들과 친분 쌓는 경우 발생하는데 항상 공정해야하고 객관성 유지해야함을 명심해야 한다. 지도자의 교육역량과 관련 "축구는 학교다. 축구에서는 2+2가 반드시 4 가 아님을 알려줘야 한다. 축구에서는 항상 승리만 할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만의 개성있는 철학 없으면 일부 선수들은 감독 역량 의심할 수 있다. 언론에 휘둘려서 전술을 짠다든지, 지도자 외에 다른 구단주나 단장에 의해 자기 축구 철학을 잃어버린다면 지도자로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성과를 최대화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개개인의 한계치를 고려해서 팀에 최적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개인의 한계치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올 경우 모든 선수에게 완벽한 퍼포먼스 바라는데 선수마다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능력치가 다른 선수들을 데리고 최대 성과를 내기위해 지도자가 있는 것인다.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 차이는 물론이고 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도 하게 된다.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지도하고 훈련성과 책임 지는 것이 감독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의 목적과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부터 동영상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파라과이, 코르타리카, 요르단, 이란전 등 A대표팀의 경기 영상을 통해 훈련의 목적과 과정을 설명했다. "나는 선수들에게 항상 시각화해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말로 설명하게 되면 선수들이 듣고 흘리는 경우가 있다. 시각화해서 영상으로 보여주면 선수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했다.

코스타리카전 수비라인의 문제점을 짚었다. "코르타리카전 때 압박타이밍이늦었다. 이미 볼이 오른쪽으로 넘어와 있는데 측면수비수가 6m나 떨어져 수비하고 있다. 한명의 압박 타이밍 늦으면 계속 늦어진다"고 했다. 코스타리카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동적인 '수비'를 적극적인 '볼 점유'의 개념으로 이야기했다. "수비한다는 것은 어떤 선수에게도 반갑지만은 않다. 누구나 공격을 하고 싶고 수비는 힘든 과정이다. '수비'라고 표현하지 않고 '볼 점유'를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후 이란전 수비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편집 영상을 제시했다. "공이 있을 때 3명의 선수가 근거리 마킹하는 장면이다. 경기 결과는 안좋았지만 수비는 좋아졌다. 압박 타이밍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칭찬했다.


판단미스가 불러올 수 있는 리스크 3가지도 적시했다. 'S(System).O(Organization).S(Scheme)'로 명명한 '위험요소'는 전술에 대한 고집, 개성 없는 조직력, 계획적인 플레이가 줄 수 있는 단조로움의 함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의 고집에 대해 "원톱 쓰는 팀이 스리톱보다 더 공격적인 팀도 많이 봤다. 스리톱을 좋아하는 지도자가 공격자원이 많지 않음에도 미드필더를 억지로 끌어올려 공격수로 기용하는 것은 고집"이라고 설명했다. 조직력의 함정에 대해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1981년 레알마드리드 선수 시절 유럽챔피언스리스에서 리버풀과 격돌한 적이 있다. 나는 센터백, 카마초 전 중국감독이 왼쪽 풀백으로 뛰었다. 그 시절 대인방어가 유행이었고, 세미리라는 리버풀 포워드를 마킹하게 됐는데 계속 사이드로 움직임을 유도했다. 그 선수를 따라 측면으로 이동했다가 볼 점유시엔 다시 중앙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프타임에 이부분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0대1로 졌다. 선수들의 개성과 특징을 생각해 맨마킹에서 벗어나 조직력, 전술적으로 포진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의 내내 '유연성'을 강조했다. "유소년 육성시 어린 시절부터 특정 전술, 특정 포지션에서만 뛰게 하고 규정지어버리면 면 안된다. 특정 포지션, 테두리에 갇히기보다 축구의 전반적인 흐름을 즐기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선수들이 규율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규율이 매우 중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다. 포백라인 유지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는 그걸 깨고 한명의 선수가 튀어나오는 유연성도 보여줘야한다"고덧붙였다. 훈련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훈련 관련 서적은 많다. 책을 많이 보고 발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 사정에 맞게 변형시키면서 응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눈부신 IT 기술을 보유하고, 선진국 대열에도 올라섰다. 이런 창의력과 혁신이 축구에도 필요하다. '한강의 기적' 이뤘듯이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페이스를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전에서 4-2-3-1, 4-3-3, 4-2-4, 3-4-3으로 포메이션이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이런 포메이션 변화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하기를 독려한다. 내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그라운드 상황에 맞게 알아서 포진한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과 최후방 수비라인의 간격만 유지한다면 나머지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

오른쪽 윙어가 라인에서 뛰어나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스톱' 버튼을 눌렀다. "이 선수를 보라. 윙포워드 위치까지 올라간다. 어렸을 때부터 오른쪽 백만 본 선수라면 이렇게 쉽게 올라오지 못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비만 했던 선수는 공격가담 때 기술이 부족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정 포지션, 특정 전술에 선수를 가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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