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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5기' 득점왕, 산토스 '코리안 드림' 골인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01 07:24



정상의 자리는 난공불락의 성처럼 보였다.

1m65의 단신 미드필더 산토스(29·브라질). K-리그 클래식의 손꼽히는 외국인 선수다. 지난 4시즌 중 3번이나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언제나 정상은 다른 골잡이들의 차지였다. 공격수를 돕는 미드필더의 한계 속에서 꽃피운 득점 본능 뒤에는 '2%가 부족한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2014년은 달랐다. 골이 쌓이고 순위도 오르는 와중에 경쟁자가 보이지 않았다. 욕심이 생겼다. 조급한 마음을 추스리고 모든 것을 운명의 여신에게 맡긴 채 90분을 뛰었다.

수원의 '푸른 삼바 폭격기'로 거듭난 산토스가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득점왕 고지를 밟았다. 산토스는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34분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단 한 개의 페널티킥 득점 없는 '완벽한' 득점왕이 됐다.

절치부심하며 갈고 닦은 골본능은 79분이 흘러서야 빛을 발했다. 후반 34분 이상호가 포항 진영 오른쪽에서 수비수와 경합 끝에 머리로 넘겨준 볼을 산토스가 아크 오른쪽에서 김광석의 뒤로 파고 들면서 낚아챘다. 문전 오른쪽으로 볼을 몰고 들어가던 산토스는 전진해 있던 골키퍼 김다솔의 가랑이 사이로 낮은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김다솔이 주저앉으며 막으려 했지만, 이미 골망이 흔들린 뒤였다. 앞서 포항을 상대한 11경기서 7골을 쓸어 담은 '포항 킬러'의 면모가 번뜩였다.

경기 전 몸을 푸는 산토스의 표정은 초조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산토스는 이동국(전북)과 같은 13골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이동국이 31경기, 산토스는 3경기 많은 34경기를 뛰어 얻은 결과였다. 이대로 끝난다면 3경기를 덜 뛴 이동국이 득점왕 타이틀을 가져갈 상황이었다. 그라운드에서도 조급함은 숨길 수 없었다. 경기시작 4분 만에 포항 골키퍼 김다솔이 전진하자 그대로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크게 벗어났다. 전반 25분 왼발슛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반 3분 포항이 리드를 잡자 산토스는 가벼운 몸싸움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침착하라"고 외치자 산토스는 '문제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표정까지 감추진 못했다. 결국 길고 길었던 마음고생을 골로 털어낸 산토스는 두 팔을 벌리며 동료들을 향해 뛰어가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고, 수원 벤치도 모두 산토스에게 달려가 축하를 보냈다. 경기 전 "페널티킥 기회가 돌아온다면 주저없이 산토스를 선택하겠다"고 했던 서 감독도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서 감독은 "산토스가 며칠 전부터 득점왕 문제로 굉장히 초조해 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만했다. 때문에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주력했다. '골보다 네 자신의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했는데,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 우리 팀에서 득점왕이 나오게 되어 기분이 좋다. 축하한다"며 밝게 웃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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