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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한번 안아주십시오."
이날 노상래 감독은 노란 넥타이를, 하석주 감독은 빨간 넥타이를 맸다. 사연이 있는 노란 넥타이다. 하 감독은 "내가 늘 매던 노란색 넥타이를 노 신임감독에게 선물했다"고 했다. "나는 상반되는 컬러를 택했다. 떠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면 안되니까…"라며 웃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동고동락해온 사나이들의 이별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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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을 잃지 않았다. "첫 취임사를 한 게 엊그제 같다. 열심히 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성공한 지도자는 아니지만 더 반성하고 노력해서 베풀어준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도록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대우 로얄즈가 해체됐을 때 프로 감독은 평생 못할 줄 알았다. 3년전 전남 드래곤즈에서 불러줬을 때 기뻐서 잠을 못이뤘다. 감사드린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지만 후회는 없다.가슴아픈 상황에서 동고동락해준 여러분께 고맙다. 잘 참고 견뎠다. 비록 원했던 6강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해마다 마지막까지 이어졌던 강등 싸움의 아픔을 딛고 올해는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 감사한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최고의 파트너 노상래 신임 감독에 대한 애정어린 당부를 잊지 않았다. "떠난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노 신임 감독님을 많이 도와주시고, 전남이 내년 내후년 노 감독 체제에서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게 힘을 합치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전남 레전드' 노상래 감독이 전남 9대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창단 20주년 전남에서 창단 멤버가 사령탑에 오르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1995년 전남에서 데뷔해 8시즌을 뛰며 신인왕, 득점왕을 휩쓸었고, 2008~2010년 전남 코치, 2군 감독, 2012년부터 올해까지 수석코치로 일하며 지도자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노 감독은 취임사를 통해 "1994년 전남이 창단한지 20년이 지났다. 하석주 감독님이 다져놓으신 팀의 기반을 얼마나 더 단단히 다져 열매를 맺을지 책임감이 무겁다. 열심히 하는 것만이 존경하는 하 감독님에 대한 도리라 생각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축구 선배로서 신구조화를 통해 팀워크가 단단한 팀을 만들겠다. 미래의 유망주를 발굴하고 모범적인 인성을 지닌 축구선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15년에도 K-리그 클래식의 중심에 전남 드래곤즈가 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믿어주시고 애정을 갖고 경기장을 찾아주시면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다. 변함없는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