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것 없는 제주, 서울전 벼르는 이유는?

기사입력 2014-11-26 15:28 | 최종수정 2014-11-27 06:48

[포토] 박경훈 감독,
'K리그 클래식 2014 스플릿 라운드'를 앞두고 그룹A에 진출한 6개 구단 감독들과 함께 하는 미디어데이가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제주 박경훈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은 오는 26일 경기를 끝으로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해 본격적인 우승, 잔류 싸움에 돌입한다. 스플릿 그룹A 진출 6개 팀과 스플릿 그룹B 6개 팀 등 12개 팀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마지막 경쟁을 벌인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7/

"내년에도 축구는 계속 되잖아요. 서울 징크스 한번 넘어봐야죠."

제주 유나이티드는 올시즌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 좌절됐다. 마지막 동력을 잃었지만, 제주 선수단의 시선은 마지막 38라운드를 향하고 있다. 아니 벼르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상대가 바로 지긋지긋할 정도로 발목을 잡아온 서울이기 때문이다.

제주는 서울만 떠올리면 '치를 떤다'. 2008년 8월부터 20경기 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8무12패다. 2010년 모처럼 우승의 기회를 안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서울에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09년 10월 제주 지휘봉을 잡은 박경훈 감독이 단 한 번도 넘지 못한 팀이 서울이다. 제주가 매시즌 전시, 의리 등의 컨셉트로 서울전을 타깃 매치로 정하는 이유는 많은 관중들을 불러모아 승리의 기운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다.

박 감독은 "축구는 올해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필 상대가 서울이다. 이번 기회에 홈팬들 앞에서 지긋지긋한 서울징크스를 한번 깨고, 내년 시즌을 맞이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애초 제주 선수단은 23일 열렸던 서울과 성남의 FA컵 결승전에서 서울을 응원했다. 서울이 FA컵을 차지해 ACL 진출을 확정지을 경우 제주전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우승의 신은 성남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는 ACL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서울을 상대하게 됐다. 박 감독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진짜' 서울에 대한 징크스다. 1.5군이나 2군을 꺾어봤자 큰 의미가 없다. 전력을 다하는 서울을 상대로 한번 제대로 붙어서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분위기는 괜찮다. 제주는 22일 울산과의 37라운드에서 후반 44분 진대성의 극적인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제주의 스플릿 라운드 첫 승리였다. 스플릿 후 흔들렸던 수비진도 안정을 찾으며 첫 무실점 경기를 했다. 박 감독은 "그 전에 이렇게 경기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참 아쉽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서울전의 각오는 필승이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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