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수원의 37라운드 대결은 클래식 1,2위 팀간의 대결이라는 '겉포장'과 달리 경기 전부터 힘이 빠져 있었다. 이미 우승 경쟁은 전북의 승리로 끝났다. 수원의 순위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경기였다. 팬들의 관심도 적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1만413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빅매치' 치고는 평균을 밑도는 관중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두 사령탑은 최정예 멤버를 내세워 맞불을 놓았고 경기 종료 직전 희비가 엇갈린 명승부가 연출됐다. 과연 무엇이 김빠진 수원-전북전을 '명품매치'를 만들었을까.
기록
|
서 감독이 베스트 멤버를 출격시킨 또 다른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서 감독은 "한 때 전북과 우승 다툼을 벌였다. 나보다 선수들이 전북에 지기 싫어하는 의지가 더 강하다"고 했다. 선수들의 투지는 그라운드에서 나타났다. 수원은 압박과 패싱 플레이로 전북 최대 강점인 중원을 흔들었다. 그러나 수원의 자존심 때문에 명승부를 만들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서 감독은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 김두현과 로저를 투입하며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일반적인(?) 전북과의 대결이었다면 안정에 기반을 둔 교체 카드를 꺼내들지만 이날 만큼은 승리를 노렸다. 패착이었다. 오히려 동점골을 기록한 전북의 공격력이 되살아났고 역전골까지 허용하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극장'이 지켜봐야했다. 서 감독은 패인을 '자존심'으로 꼽았다. "1대1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승부를 보고 싶어 공격적인 교체 카드를 썼다"고 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게된 자존심 대결이었다. 서 감독은 "전북은 우승을 할 실력을 갖췄다. 우리는 부족한게 있어서 2위인 것 같다. 이 부분들을 내년에 가다듬어 더 좋은 팀이 되겠다"며 발전을 약속했다.
|
득점왕
두 팀이 헛되이 90분을 보낼 수 없었던 것은 동료의 타이틀 때문이기도 하다. K-리그 클래식 득점왕 타이틀 경쟁이 걸린 승부였다. 13골로 나란히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동국(전북)과 산토스(수원)의 싸움이다. 프로축구연맹의 규정에 따라 득점수에서 동률을 이룰 경우 출전 경기 수가 적은 이동국(31경기)이 산토스(34경기)를 제치고 득점왕을 차지하게 된다. 산토스에게는 1골이 필요했다. 반면 경기에 나서지 못한 '캡틴' 이동국의 1위 자리 수성을 위해 전북 동료들은 산토스를 무득점으로 막아야 했다. 두 사령탑의 생각도 같았다. "선수들이 다 알아서 할 것이다." 예상대로 경기는 산토스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수원의 크로스는 모두 산토스에게 집중됐다. 반대로 전북은 중원에서부터 김남일과 신형민이 산토스에게 강한 압박을 가했고 중앙 수비수인 김기희와 최보경이 산토스의 공간 침투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결국 산토스는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치며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쉽지 않은 경기라고 예상했지만 역전승을 했다. 이게 우리 팀 분위기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계속 단합하고 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자칫, 김빠진 승부가 될 뻔했던 수원-전북전이 기록과 감독들의 자존심, 득점왕 경쟁으로 인해 생명력이 가득했던 '명품매치'로 막을 내렸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