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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의 수문장 박준혁(27)이 2014년 하나은행 FA컵 최고의 별로 선정됐다.
절대 열세가 예상됐던 FC서울과의 FA컵 결승전, 1m80의 단신 골키퍼로 프로축구 무대에서 생존에 성공한 박준혁은 자신의 주특기인 '순발력'을 앞세워 성남에 세 번째 FA컵 우승을 안겼다.
인생 역전이다. 전주대를 졸업한 뒤 2010년 경남에 입단한 박준혁은 '제2의 김병지'로 불리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경남에서 김병지(전남)의 아성에 막혀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채 2011년 대구로 이적했다. 2군에 머물며 이를 악문 그는 대구에서 기회를 낚아챘다. 골키퍼로는 1m80의 단신이지만 뛰어난 순발력을 앞세워 새 둥지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본격적으로 K-리그 그라운드를 밟기 시작한 박준혁은 대구에서 두 시즌 동안 62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듬해 가능성을 확인한 제주가 그를 품었다. 주전 골키퍼 김호준의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올시즌에는 성남으로 다시 유니폼을 갈아 입은 그는 기량이 만개했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K-리그 클래식에서 33경기에 출전. 33실점을 기록하며 '꿈의 0점대' 방어율에 근접한 활약을 펼쳤다.
최고의 무대는 FA컵 결승전이었다. MVP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 해프닝도 있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0-0으로 맞선 연장 후반 14분 박준혁 대신 승부차기에 강한 골키퍼 전상욱을 대기 시켰다. 그러나 연장 후반 13분 골키퍼 김용대를 유상훈으로 교체하는데 성공한 서울과 달리 성남의 교체 작전은 실패했다. 약 2분여간 볼이 아웃되지 않았다.
자신의 최고 강점을 '자신감'으로 꼽은 박준혁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의 승부차기를 온몸을 날려 막아내며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교체 작전 실패가 성남의 우승과 박준혁의 MVP 등극을 이끈 '신의 한 수'가 됐다. 그의 승부차기 선방 비결은 '풋살' 경험이다. 풋살 대표팀 골키퍼를 본 덕분에 아무리 가까이서 차는 강한 공도 두 눈을 부릅뜨고 막아낸다.
박준혁의 활약으로 FA컵은 2년 연속 골키퍼 MVP를 맞이했다. 2013년 FA컵에서는 포항의 골키퍼 신화용이 전북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MVP를 차지했다. 박준혁은 "승부차기 분석을 한 것을 반영했다. 전상욱과 한 방을 같이 쓰는데 오스마르가 짧게 서면 왼쪽으로 차고, 멀리 서면 오른쪽으로 찬다는 것을 말해줬다"며 선방의 공을 동료 골키퍼 전상욱에게 돌렸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