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GK' 박준혁, 생존 무기 '순발력'으로 일궈낸 MVP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11-23 18:16


23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프로축구 FA컵 결승전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가 열렸다. 성남FC가 FC서울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승부 끝에 승리를 차지했다. 성남FC는 승부차기에서 박준혁 골키퍼의 선방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준혁 골키퍼가 FC서울 몰리나의 승부차기 볼을 막아내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23

성남FC의 수문장 박준혁(27)이 2014년 하나은행 FA컵 최고의 별로 선정됐다.

절대 열세가 예상됐던 FC서울과의 FA컵 결승전, 1m80의 단신 골키퍼로 프로축구 무대에서 생존에 성공한 박준혁은 자신의 주특기인 '순발력'을 앞세워 성남에 세 번째 FA컵 우승을 안겼다.

치열한 수비 축구로 진행된 120분의 혈투, 박준혁은 서울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하이라이트는 승부차기였다. 박준혁은 서울의 1번 키커인 오스마르와 3번 키커인 몰리나의 킥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다이빙해 막아냈다. 성남은 승부차기에서 4-2로 서울을 꺾고 환희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자리한 성남의 서포터스는 박준혁의 이름을 외쳤다. 그의 이름이 2014년 FA컵 최우수선수(MVP)로 호명된 순간이다.

인생 역전이다. 전주대를 졸업한 뒤 2010년 경남에 입단한 박준혁은 '제2의 김병지'로 불리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경남에서 김병지(전남)의 아성에 막혀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채 2011년 대구로 이적했다. 2군에 머물며 이를 악문 그는 대구에서 기회를 낚아챘다. 골키퍼로는 1m80의 단신이지만 뛰어난 순발력을 앞세워 새 둥지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본격적으로 K-리그 그라운드를 밟기 시작한 박준혁은 대구에서 두 시즌 동안 62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듬해 가능성을 확인한 제주가 그를 품었다. 주전 골키퍼 김호준의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올시즌에는 성남으로 다시 유니폼을 갈아 입은 그는 기량이 만개했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K-리그 클래식에서 33경기에 출전. 33실점을 기록하며 '꿈의 0점대' 방어율에 근접한 활약을 펼쳤다.

최고의 무대는 FA컵 결승전이었다. MVP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 해프닝도 있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0-0으로 맞선 연장 후반 14분 박준혁 대신 승부차기에 강한 골키퍼 전상욱을 대기 시켰다. 그러나 연장 후반 13분 골키퍼 김용대를 유상훈으로 교체하는데 성공한 서울과 달리 성남의 교체 작전은 실패했다. 약 2분여간 볼이 아웃되지 않았다.

자신의 최고 강점을 '자신감'으로 꼽은 박준혁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의 승부차기를 온몸을 날려 막아내며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교체 작전 실패가 성남의 우승과 박준혁의 MVP 등극을 이끈 '신의 한 수'가 됐다. 그의 승부차기 선방 비결은 '풋살' 경험이다. 풋살 대표팀 골키퍼를 본 덕분에 아무리 가까이서 차는 강한 공도 두 눈을 부릅뜨고 막아낸다.

박준혁의 활약으로 FA컵은 2년 연속 골키퍼 MVP를 맞이했다. 2013년 FA컵에서는 포항의 골키퍼 신화용이 전북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MVP를 차지했다. 박준혁은 "승부차기 분석을 한 것을 반영했다. 전상욱과 한 방을 같이 쓰는데 오스마르가 짧게 서면 왼쪽으로 차고, 멀리 서면 오른쪽으로 찬다는 것을 말해줬다"며 선방의 공을 동료 골키퍼 전상욱에게 돌렸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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