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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FC가 2014년 하나은행 FA컵의 주인이 됐다. 2011년 FA컵 우승을 이뤄낸 뒤 3년만에 FA 우승컵을 탈환했다. 16년만에 FA컵 우승을 노렸던 서울은 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성남이 23일 서울월드컵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120분 연장혈투를 득점없이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성남은 1999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FA컵 우승 별을 달게 됐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권 탈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성남의 김 감독도 리그를 잠시 지웠다. 정예 멤버를 가동했다. 4-2-3-1 포메이션의 원톱에 김동섭을 포진시켰다. 김동희와 제파로프 김태환이 2선에 자리했고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정선호와 이요한이 중용됐다. 포백 수비라인은 곽해성 윤영성 임채민 박진포로 구성됐다. 박준혁이 골문을 지켰다.
두 팀은 신중했다. FA 우승컵을 향한 두 팀의 집념의 결과물이 팽팽한 수비 축구였다. 성남이 수비진을 뒤로 뺐다.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않고 서울을 끌어낸 뒤 역습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서울은 쉽게 맞서지 않았다. 공격을 주도했지만 후방에 수비진을 남겨뒀다. 그러나 수비에 주력하다보니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성남은 '치타' 김태환의 측면 돌파를, 서울은 에스쿠데로를 이용한 중원 플레이로 공격을 전개했다. 무게추는 서울에 쏠렸다. 에스쿠데로의 근성이 빛났다. 에스쿠데로는 전반 12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첫 슈팅을 기록했다. 전반 21분에는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맞이했다.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다 놓친 사이 공을 빼앗았다. 그러나 볼 트래핑 미스로 뜸을 들이는 사이 박준혁의 태클에 1차 저지를 당했고 이어진 슈팅은 골문을 커버한 수비수 곽해성에게 막혔다. 팽팽한 승부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공격은 여전히 서울이 주도했다. 후반 30분 에스쿠데로 대신 윤주태를 투입한 서울은 후반 중반 이후부터 세트피스로 공격 물꼬를 텄다. 후반 35분에는 골포스트를 강타하는 불운에 시달렸다. 이상협의 프리킥을 김진규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를 맞았다.
득점 없이 끝난 90분의 열전,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에 돌입하자 최용수 감독은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몰리나를 투입 공격을 강화했다. 성남은 제파로프의 왼발을 앞세운 코너킥으로 서울의 골문을 집중 노렸다.
그러나 2만6721명 관중의 환호성과 탄식은 120분 동안 한 차례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수 놓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11m 러시안 룰렛'인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변수는 있었다. 서울은 연장 후반 13분 승부차기를 위해 골키퍼를 김용대에서 유상훈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성남은 골키퍼 전상욱 교체에 실패했다. 연장 후반 14분부터 전상욱의 교체 투입을 준비했지만 연장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데드볼 상황이 나오지 않아 교체를 하지 못했다. 성남에는 악재가 되려 호재가 됐다.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박준혁이 서울의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킥을 잇따라 막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성남은 정선호와 제파로프, 임채민, 김동섭이 차례대로 승부차기를 성공시켜 우승의 환희를 누렸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