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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구리 루니' 심제혁과 최용수의 '아빠 미소'

기사입력 2014-11-11 18:07 | 최종수정 2014-11-1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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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도 웨인 루니(맨유)가 있다. 아니 꽤 많다.

'광양 루니(이종호·전남)', '인민 루니(정대세·수원)', '계룡산 루니(고창현·울산)' 등…. FC서울에도 루니가 있다. '구리 루니'다. 서울의 훈련장이 경기도 구리에 위치해 있다.

'구리 루니'라는 별명이 붙여진 선수는 배번 40번, 19세의 심제혁이다. "완전 루니 스타일이다. 빠르고, 저돌적이고, 힘도 있고…." 최용수 감독의 말이다. 그의 이름 석자가 나오면 최 감독의 입가에는 '아빠 미소'가 번진다.

서울의 18세 이하팀인 오산고를 졸업한 그는 올시즌 우선지명으로 프로에 둥지를 틀었다. 최 감독이 젊은피를 지칭하는 대명사는 '별동부대'다. 심제혁은 '별동부대'에서도 막둥이다.

1m76, 74kg인 그는 전천후 공격수다. 올시즌 클래식 3경기 출전에 불과하지만 팬들사이에선 이름이 낯설지 않다. 데뷔전부터 요란했다. 4월 30일 인천과의 FA컵 32강전에서 선발 출전한 그는 1분 만에 헤딩으로 골을 터트렸다. 당시 최 감독은 " '깜놀(깜짝 놀랐다)' 했다. 겁이 없는 친구다. 데뷔전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치면서 골까지 기록했다. 열려있는 경쟁 속에서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희망을 봤다. '내가 언제 19세 친구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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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손흥민이 출격한 레버쿠젠과의 친선경기에선 교체투입된 지 1분 만에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 도중 유니폼이 찢어져 '특별한 볼거리'를 선물했다. 클라이맥스는 9일 열린 수원과의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였다. 0-0, 후반 추가시간은 3분이었다. 심제혁은 후반 47분 교체투입됐다. 1초가 아까운 시간에 최 감독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였다. '서울극장'의 조연으로 화답했다. 단 한 차례의 움직임으로 수원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고광민이 크로스하는 순간 수원 수비수 헤이네르를 유도하기 위해 몸을 던졌고, 자연스럽게 고요한에게 단독 공간이 생겼다. 고요한의 헤딩이 결승골로 연결됐다. 1대0, 서울의 승리였다.

심제혁은 19세 이하 청소년대표 출신이다. 비록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난달 미얀마에서 열린 19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 출전, 골맛을 봤다.

여전히 미완의 대기다. 최 감독은 내년과 후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해맑은 선수다.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단계인데 누구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더 많이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고의 강점은 긍정적인 사고라고 했다. "상당히 긍정적이다. 어쩔 때는 혼을 내도 웃는다. 일부로 그런 것 같아 짜증날 때도 있다." 최 감독의 '역설'이다. 심제혁은 지난해까지 서울의 '볼보이'였다. 서서히 프로의 세계에 젖어들고 있다. "서울의 뜨거운 태양이 될 것"이라는 최 감독의 말이 심제혁의 내일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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