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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전원 중동파 공격진, 슈틸리케 고민 돌파구 될까?

기사입력 2014-11-10 16:25 | 최종수정 2014-11-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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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럽 진출이 태극마크를 보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4년의 대세는 중동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0·독일)은 요르단, 이란과의 11월 A매치 2연전을 위해 호출한 22명의 선수 중 6명을 중동파로 채웠다. 유럽 리그 소속 선수가 7명인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중동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그만큼 많기도 하지만, 이들의 기량이 유럽 리그 소속 선수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수 년전까지만 해도 중동은 변방이었다. 황혼기에 찾는 안정된 직장이었다. 그러나 이정수(34·알사드)의 성공을 시작으로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한 중동 코리안리거 숫자는 어느덧 두 자릿수를 훌쩍 넘겼다. K-리그 시장의 위축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확대,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중동 국가들의 스타 영입이 중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았다. 편견없이 선수들을 선발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의지는 10월에 이어 11월 소집명단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유럽=대표팀'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11월 A매치에 소집된 3명의 공격수 모두 중동리거다. 박주영(29·알샤밥)은 사우디아라비아, 이근호(29·엘자이시)와 조영철(25·카타르SC)는 카타르에서 뛰고 있다. A대표팀 공격수 전원이 중동파로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국(35·전북)과 김신욱(26·울산)의 잇단 부상으로 공격수 자리가 비었다. 하지만 지동원(23·도르트문트) 유병수(26·로스토프) 같은 유럽파 공격수들은 배제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현재의 경기력'과 단기적인 목표인 2015년 호주아시안컵의 성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박주영의 활약여부다. 지난달 알샤밥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은 3경기에 나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랜 공백에도 녹슬지 않은 골 감각을 과시하며 찬사를 받았다. 중동 팀에 강한 특유의 기량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박주영의 의지 또한 남다르다. 군 제대 후 카타르리그로 진출한 이근호도 마찬가지다. 7경기서 2골-3도움을 기록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동안 올림픽, 월드컵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두 선수가 오랜만에 발을 맞춘다는 점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선수들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인 만큼,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조영철에게는 명예회복의 무대다. 10월 A매치 2연전에 소집되어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파라과이전에선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코스타리카전 출전은 불발됐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나 골 결정력 모두 부족했다.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이 아시안컵 출전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한국은 내년 1월 개막하는 호주아시안컵에서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쿠웨이트, 오만을 상대한다. 이번 11월 A매치 2연전은 쿠웨이트, 오만을 가상한 실전 모의고사다. 쿠웨이트, 오만을 반드시 넘어야 1차 목표인 8강행에 도달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민이 깊다. 주포로 여겼던 이동국, 김신욱의 아시안컵 참가 여부가 불투명하다. 중동 무대에서 기량을 끌어올려 태극마크까지 거머쥔 3명의 태극전사에겐 이번 A매치 2연전이 아시안컵 선발 눈도장을 찍을 절호의 찬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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