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남미징크스는 이제 옛말

기사입력 2014-11-10 15:25 | 최종수정 2014-11-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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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는 '남미 출신 선수들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선수 수출국은 '축구의 대륙' 남미다. '양강'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우루과이, 파라과이, 칠레 등 남미의 수준 높은 선수들이 유럽 무대를 누볐다. 하지만 EPL에는 성공한 남미 선수들의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불렸던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은 맨유 최고의 먹튀로 기억되고 있으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 골든슈에 빛나는 디에고 포를란은 맨유에서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호비뉴, 클레베르손 등 브라질 대표 출신 선수들도 잉글랜드라면 고개를 젓는다. 기성용의 스승이었던 구스타보 포엣, 미들스브러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주니뉴 파울리스타와 아스널 중원의 핵 지우베르토 시우바 정도를 제외하고는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제 '남미 징크스'는 옛말이 됐다. EPL은 남미 선수들의 '무덤'에서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올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남미 출신 선수들의 바람이 거세다. 올시즌 EPL 득점랭킹 1~3위가 모두 남미 출신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르히오 아게로(맨시티)가 12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첼시의 디에구 코스타가 10골로 2위, 칠레 국적의 알렉시스 산체스가 8골로 3위에 올라 있다. 코스타의 경우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지만, 브라질 출생이다. 이 밖에 남미 출신 선수들은 각 팀들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올시즌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나선 맨유는 앙헬 디 마리아(아르헨티나)와 라다멜 팔카오(콜롬비아) 영입에 거액을 투자했다. 디 마리아와 팔카오는 '뉴 맨유'의 중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하위권팀들도 남미 출신 선수들을 앞세워 재미를 보고 있다. 9일(한국시각) 펼쳐진 두번의 이변에는 남미 선수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퀸즈파크레인저스(QPR)는 칠레 듀오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와 마우리시오 이슬라의 활약을 앞세워 '강호' 맨시티와 2대2로 비겼다. 스완지시티는 왼쪽 공격수 제퍼슨 몬테로(에콰도르)의 탁월한 스피드와 개인기를 활용해 '대어' 아스널을 낚았다. 몬테로는 후반 33분 결승 도움을 기록하며 아스널을 2대1로 제압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웨스트햄의 에네르 발렌시아(에콰도르), 레스터시티의 아르헨티나 듀오 에스테반 캄비아소-레오나르도 울로아,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아르헨티나) 등도 EPL을 수놓고 있는 남미 출신 별들이다. 이처럼 이제 남미 출신 선수들은 EPL의 핵심 자원으로 떠올랐다. 올시즌 EPL 20개 구단 중 남미 출신 선수들이 없는 구단은 스토크시티와 번리, 단 두 구단 뿐이다.

과거 남미 출신 선수들이 EPL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 언어 문제가 첫 손에 꼽혔다. 남미 선수들은 비슷한 언어권인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을 선호했다. 따뜻한 날씨에 익숙한 남미 선수들은 영국 특유의 우울한 날씨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경기 스타일이 결정적 장벽이 됐었다. '킥 앤 러시'의 향수가 남아 있는 EPL은 다른 빅리그와 비교해 속도와 압박이 중요한 무대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체격 조건에서 열세인 남미 선수들이 쉽게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기술 축구를 선호하는 지도자들이 대거 지휘봉을 잡으며 EPL 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EPL은 기존의 스타일에 기술을 더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못지 않게 섬세한 축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남미 출신은 아니지만 스페인 국적의 다비드 실바(맨시티), 산티 카졸라(아스널), 후안 마타(맨유) 등 테크니션 플레이메이커가 기세를 올리며, 남미 선수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남미 출신 선수들의 EPL 정복기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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