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티-드로그바, 세월을 거스르는 베테랑의 품격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10-28 07:11


ⓒAFPBBNews = News1

베테랑(veteran).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지칭하는 프랑스어다.

올시즌에도 수많은 베테랑들이 전쟁터와 같은 유럽의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는 선수들이 유독 눈에 띈다. '패스마스터'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 '패스의 달인'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등이 그렇다. 90%에 육박하던 피를로의 패스성공률은 80%대로 떨어졌다. 지난 올림피아코스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76.7%라는 충격적인 패스성공률로 패배의 빌미가 됐다. 소속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사비와 제라드 역시 노쇠화로 더이상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신체능력이 절대적인 축구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초인들도 있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는 프란체스코 토티(38·AS로마)와 디디에 드로그바(36·첼시)가 그렇다.

토티는 말그대로 'AS로마의 레전드'다. '로마의 왕자'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로마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토티는 1992~1993시즌 데뷔 후 AS로마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토티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만 567경기를 뛰었다. 역대 최다출전 5위다. 최다출전 10위 안에 현역선수는 토티가 유일하다. 유럽대항전, 컵대회 등을 합하면 AS로마 유니폼을 입고 무려 716경기에 나섰다. 237골을 성공시키며 세리에A 역대 최다득점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더욱 대단한 것은 토티가 올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토티는 4-3-3을 사용하는 AS로마에서 중앙 공격수로 나선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 의해 완성된 '가짜 9번' 전술의 창시자인 토티는 올시즌에도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AS로마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확실히 예년에 비해 역동적인 모습은 사라졌지만, 더욱 원숙한 경기운영과 변함없는 창의력으로 상대수비를 괴롭히고 있다. 토티의 날카로운 패스는 여전히 세리에A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기록만 봐도 토티의 대단함이 느껴진다. 토티는 올시즌 리그 6경기에서 2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는 1일(한국시각) 맨시티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성공시키며 유럽챔피언스리그 최고령 골 기록(만 38세3일)도 세웠다.

로마 팬들 사이에선 'No Totti No Party(토티 없이는 파티도 없다)'라는 유명한 응원구호가 있다. 지난 시즌 로마는 토티가 출전했을 시 경기당 무려 2.7점의 승점을 올린 데 반해 토티가 결장한 경기에선 평균 승점 1.9점에 그쳤다. 최고령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토티가 로마 내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드록신' 드로그바는 다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강림했다. 드로그바는 2년7개월 만에 EPL 골을 성공시켰다. 27일 맨유와의 9라운드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더하는데 일조했다. 이날 첼시는 7경기에서 9골을 넣은 '주포' 디에고 코스타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드로그바였다. 올시즌 첫 선발명단에 이름을 넣으며 베테랑의 힘을 믿었다. 전반 부진했던 드로그바는 후반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후반 8분 특유의 짐승같은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제친 후 강력한 헤딩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드로그바는 두 팔을 뻗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신의 강림을 알렸다.

약 2년7개월 만의 EPL 복귀 골이다. 드로그바는 지난 2012년 3월 스토크 시티전에서 마지막 리그 골을 기록한 바 있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는 2012년 5월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중국과 터키 무대를 거친 드로그바는 올시즌 첼시 복귀를 선언했다. 무리뉴 감독은 드로그바의 복귀를 두고 '최고의 영입'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과거처럼 터프한 몸싸움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중요할때 터뜨릴 수 있는 한방과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리더십은 여전하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리버풀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의 명언은 이 두 선수를 위해 쓰는 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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