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하이라이트는 남북대결이었다. 금메달을 목전에 둔 4강에서 만난 남녀와 북녀는 혈전을 펼치면서 명승부를 연출했다. 결과는 후반 막판 극적인 결승골을 얻은 북한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눈물을 흘린 윤덕여호 역시 박수를 받기 충분한 승부였다. 여자 대표팀은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녀와 북녀는 시상식에서 재회했다. 금메달을 따낸 북한이 맨 윗 자리를 차지하고, 좌우에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한국, 일본 선수단이 자리했다.
여자축구 4인방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우리 선수들이 평소 안면이 있는 일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북한 선수들이 '쟤들하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막아서더라." 북한은 한국에 비해 반일감정이 한층 높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당시에는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끌던 일본 대표팀이 평양 원정에 나섰다가 10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공세 속에 0대1로 패한 바 있다. 여자 대표팀 수비수는 "평소 알던 일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한 북한 선수가 '쟤네들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며 역사 이야기를 꺼내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여자 대표팀 주장 조소현은 "사실 국제 대회에서 북한을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제대로 나눌 기회가 없다보니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보다는 북한 선수들과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수비수 심서연은 "일본 선수 중에서도 한국어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선수들이 있어 이야기하면서 조마조마하기도 했다"면서도 "우리는 묻고 북한 선수들은 답하기 바빠 정작 일본 선수들이 소외되는 느낌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