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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정통 스트라이커 계보가 끊길 위기다. 세계축구의 전술 변화, 최전방 공격수를 외국인들로 채우는 K-리그 등 여러가지 여건에 국내 스트라이커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 참패 후 불거진 '박주영 논란'은 스트라이커 부재에 놓인 한국 축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16세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 A)가 성장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중간 다리를 이어줄 선수가 절실하다. 그 후보 중 한 명이 '성남의 미래' 황의조(22)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축구'에 미친 스트라이커의 시련
타고난 골잡이 그리고 안익수 감독
이를 악물었다. 황의조는 연세대 시절 단점을 지워나갔다. 웨이트훈련을 통해 힘을 길렀다. 그러자 자신감이 붙었다. 상대 수비수와의 몸 싸움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스피드도 좋아지고, 슈팅도 강해졌다. 시련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대학 2학년 때는 구름 위를 걸었다. U-리그 16경기에 출전, 13골을 폭발시켰다. 특히 춘계대학연맹전에선 9경기에서 9골을 터트려 '득점왕'에 올랐다. 신재흠 연세대 감독은 "타고난 골잡이"라며 칭찬했다. 지난해 성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가 된 황의조는 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대학 때보다 선수들의 피지컬과 기술이 좋고. 템포도 빨라 적응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안익수 전 감독은 황의조가 빠르게 프로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왔다. 현역시절 '터미네이터'란 별명답게 황의조에게 웨이트훈련을 강조했다. "파워를 더 키워야 한다고 주문하셨다. 안 감독님은 굳이 보지 않더라도 몸이 좋아보이시더라. 가끔씩 벤치 프레스 시범을 보여주신다. 80㎏을 거뜬히 드시더라." 느낀 점이 많았다. 황의조는 "축구를 자세히 알아가다보니 축구가 하면 할수록 어렵다. 수준도 높아지고, 잘하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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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과 부상 그리고 희망
황의조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경기력을 체크하러 간 날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20명의 아시안게임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노력도 많이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못뽑혀 아쉬웠다. 부족하니깐 감독님께서 선발을 안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에 와서 특별함을 잃었다. 바로 골결정력이다. 그는 "골결정력이 정말 좋던가, 슈팅이 좋던가, 스크린 플레이를 확실히 해서 찬스를 만들던가, 확실한 나만의 장점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골결정력이 먼저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해야되는 자리"라고 했다.
속상하다. 올해만 벌써 두 차례나 다쳤다. 올해 초 22세 이하 아시아선수권에서 발목을 다친 뒤 지난달 13일 포항전에서 오른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잔디에 스터드가 끼었다"고 했다. 한 달짜리 부상이었다.
그라운드 복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돌아오자마자 성남의 구원투수가 될 전망이다. 강등권에서 헤매는 팀을 K-리그 클래식에 잔류시켜야 하는 미션을 안고 뛰게 됐다. 개인적인 목표는 시즌 막판 활약으로 내년시즌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더 큰 포부도 가지고 있다. 성남을 뛰어넘어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것이다. 그가 꾸는 꿈은 한국 축구의 희망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