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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인 1978년 태국 방콕. 그라운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120분의 대혈투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남-북이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다. 시상대에서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북한 골키퍼가 한국 주장 김호곤(전 울산 감독)을 엉덩이로 밀어 넘어뜨렸다. 귀여운 도발이었다.
더 이상의 '엉덩이 밀기'는 없었다.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는 이광종호만의 독무대였다. 임창우(22·대전)의 버저비터골로 이광종호가 금메달을 목에 건 2일 인천 문학경기장. 4만7120명의 대함성과 이광종호의 포효가 그라운드를 수놓은 뒤 15분 만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수여식이 펼쳐졌다. 개식통보에 이어 가장 먼저 북한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아시아 정상의 주인공 이광종호와 한국-북한전에 앞선 오후 5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태국을 꺾은 이라크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트란 쿡투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이 시상자로 나섰다.
연장 후반 결승골을 내주며 패한 북한 선수단은 침울했다. 시상식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쉬움을 달랬다.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경기 직후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은 선수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북한이 호명되면서 4만여 관중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하자 그제서야 옅은 미소를 띄며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 회장이 직접 북한 선수들의 목에 은메달을 걸어주면서 악수로 선전을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금메달, 대한민국'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 속에 이광종호가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들의 환호 속에 이광종호 선수들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광종 감독은 벤치에서 코칭스태프와 함께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들을 바라봤다. 알사바 회장이 직접 나서서 선수들에게 일일이 금메달과 꽃다발을 전했다.
메달 수여식 뒤 펼쳐진 금메달 세리머니는 애국가가 화룡점정 했다. 모든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지난 7경기동안 부른 애국가는 이날 더욱 특별했다. 매 경기 승리를 염원하는 어깨동무 속에 애국가를 합창했던 이광종호는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에도 전원이 어깨동무로 마무리를 지었다. '원팀, 원스피릿. 원골'의 무대였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