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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 말로 '진격의 거인' 김신욱(26·울산)의 높이가 필요할때다.
태국의 장점은 조직력이다. 이번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지난해 12월부터 조직력을 다졌다. A대표팀 감독을 겸하고 있는 '태국 축구의 전설' 키아티수크 세나무앙 감독의 지휘 아래 이번 아시안게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세나무앙 감독은 한국축구의 치욕으로 남아있는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8강전(1대2 패)에서 골을 넣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태국은 동남아시안게임에 A대표팀이 아닌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출전시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인천아시안게임 들어 조직력은 한층 더 강화됐다. 조별리그 포함 5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기록을 보면 한국(10득점-0실점)보다 낫다. 5경기에서 15득점에 실점은 한 점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태국 최고의 장점은 수비력이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팀의 주장이자 골키퍼 탐사트차난을 중심으로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포백이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킨다. 순발력이 뛰어나 1대1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한다. 이광종 감독은 "태국이 그동안 상대했던 팀들의 전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며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지만, 5경기에서 한골도 내주지 않은 수비진에 대한 해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해법은 김신욱의 머리다
태국이 4강까지 파죽지세로 달려왔지만, 한국전에서는 밀집수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밀집수비를 펼친 홍콩, 라오스에게 고전한 바 있다. 이들에 비해 개인기량과 조직력까지 갖춘 태국의 밀집수비를 뚫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 노릴 수 있는 포인트는 제공권이다.
태국의 약점은 높이다. 20명의 엔트리 중 1m80을 넘는 선수가 5명 뿐이다. 요르단과의 8강전에 나선 태국 선수들의 평균신장은 1m71에 불과했다. 1m60 이하의 선수들도 4명이나 된다. 공격수 송크라신은 1m57 밖에 되지 않는다. 팀내 최장신이 탐사트차난 골키퍼로, 1m81다. 평균 신장에서 이광종호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광종호 20명의 평균키는 1m81이다.
중심에는 김신욱이 있다. 김신욱의 키는 무려 1m98이다. 태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거인처럼 느껴질 수 있는 높이다. 김신욱은 태국과 비슷한 신체를 가진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가공할 공중장악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감독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김신욱은 중요한 순간이 오면 투입할 것이다"고 예고했다. 점프까지 한 김신욱의 머리는 탐사트차난 골키퍼가 손을 뻗은 것보다 높다. 좌우 날개의 정확한 크로스가 이어질 경우 손쉽게 머리로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윙어들의 중앙 침투를 강조했던 지난 경기와 달리 측면 크로스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세트피스시에는 장현수(23·광저우부리)와 김민혁(22·사간도스·이상 1m85) 등 장신의 중앙수비수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야 한다.
문제는 김신욱의 몸상태다. 김신욱은 일본전 후 "현재 몸 상태는 70%다. 경기 감각이 조금 떨어져 불안한 부분이 있지만 출전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17일 사우디아라비아전 이후 약 2주만의 출격인만큼 경기감각과 동료들과의 호흡에서도 완전치 않은 상태다. 하지만 결승행을 위해서는 모두 극복해야 한다. 그만큼 그의 높이는 태국을 꺾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