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동안 한국 축구에서는 수많은 '별'이 떴다 금새 떨어졌다. 초·중·고교 때 '공 좀 찬다'는 말을 들었던 선수들의 성장이 정체된 것이 문제였다. 연령별 대표를 거친 선수들이 A대표팀의 문턱을 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천재형 공격수' 이승우의 기량을 우선 객관적으로 짚어보자. 20일 태국 방콕에서 펼쳐진 북한과의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결승전 현장에서 이승우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봤다. 한 마디로 '공을 잡으면 무서운 선수'였다. 공격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우선 피봇(등을 지고 공을 잡은 뒤 돌아서는 기술)과 퍼스트 터치 능력이 좋았다. 탄탄한 기본기를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개인기가 갖춰진 돌파 능력이었다. 패스의 흐름을 끊지 않았다. 그대로 돌파로 이어갔다. 여기에 타이밍을 빼앗는 개인기로 수비수들을 제치는 능력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간 한국 공격수들은 개인기를 이용해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대로 벗겨내기도 힘들었다. 이승우는 스피드와 피지컬로 버티던 한국 공격수들의 과거상에서 벗어난 공격수였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5골), 2관왕을 차지했다. 아시아무대는 그에게 좁았다. 동급 레벨을 넘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얻은 경험이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카타르 21세 이하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 이번 대회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 부분이 나에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A대표팀에서도 통할까
보완할 점은 많다
'공을 잡으면 무서운 선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공을 잡기 전 움직임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이었다. 결승전에서 한국이 부정확한 패스로 고전할 때 이승우의 부족한 움직임이 아쉬웠다. 수비수들을 미드필드로 끌고나와 북한 수비진을 흔들어주는 움직임이 약했다. 공이 오지 않으면 어슬렁거리며 상대 수비수에게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격 전개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능력도 필요해 보였다. 특히 이번 대회 최진철 감독은 이승우에게 수비적 능력을 많이 강조했다. 이승우도 인정했다. 마인드컨트롤도 더 배워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집중견제를 받자 경기 막판에 흥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냉정함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지만, 흥분해서는 안된다. 겸손을 지적하는 지도자들의 조언도 잘 새겨들어야 한다.
방콕(태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