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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질주' FC서울, 무명아닌 무명이 더 두렵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9-15 07:42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2014 21라운드 경기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서울 이상협이 팀의 다섯번째골을 터뜨렸다. 이상협의 골이 터지자 기뻐하는 최용수 감독의 모습.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8.16/

무한 질주다.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뭘해도 되는 집안이다. 모험은 계속된다. 꺼내든 카드 족족 '신의 한수'다. 베스트 11은 없다. '무명의 반란'이 더 두렵다.

FC서울의 오늘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 4강에 올라 '더블'을 노리는 것이 서울의 현실적인 계산이다. 이쯤되면 하나 더 추가해도 될 것 같은 흐름이다. 3개 대회를 소화하는 살인적인 일정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정규리그에서도 꽃이 피고 있다.

어느덧 선두권도 떨고 있다. 서울이 또 한 고개를 넘었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에서 인천을 3대1로 완파했다. 정규리그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를 질주한 서울은 승점 41점(11승8무7패)을 기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전인 5월까지 서울은 클래식에서 3승3무6패로 눈물을 흘렸다. 7월 재개된 이후 8승5무1패로 판을 뒤흔들고 있다. 선두 전북(승점 51·15승6무5패)과의 승점 차가 10점이지만 아직 12경기가 더 남았다.

인천전의 주역은 올시즌 서울에 둥지를 튼 두 신예였다. 최정한(25)과 윤주태(24)다. 최정한은 7월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J-리그 오이타에서 서울로 이적했다. 윤주태는 대학 3학년이던 2011년 6월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FSV프랑크푸르트에 깜짝 입단했다. 올해 유턴했다. 신인드래프트를 신청, 1순위로 서울의 지명을 받았다.

이날 윤주태는 정규리그 두 번째, 최정한은 첫 선발이었다. 투톱으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인천은 지난달 16일 1대5 대패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으로 서울을 몰아세웠다. 둘이 북치고, 장구치며 흐름을 바꿔놓았다. 윤주태는 전반 26분 상대 수비수의 실수를 틈타 선제골을 터트렸다. 14분 뒤에는 최효진의 스루패스를 받은 최정한이 결승골을 터트렸다. 사실상 대세가 갈렸다. 서울은 후반 5분 김진규의 페널티킥 골까지 보태 낙승했다.

칼자루를 쥔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선수 구성에 권한과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그동안 실수한 것을 열어봤더니 더 많은 것이 보였다"며 "윤주태와 최정한 카드는 머릿속에 있었지만 모험이었다. 과감하게 카드를 냈는데 대성공이었다. 장단점이 다른 친구다. 득점력이 있고, 전방 압박도 돋보였다." 미소가 흘렀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더 특별하다. 주장 김진규는'18번 멘트'까지 생겼다. "우리는 모두가 주전이다. 경기에 나가는 선수가 곧 주전이다." 윤주태도 1.5군이라는 세상의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경기 나갈 때 설레는 건 당연하다. 주전 경쟁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서울은 개개인의 능력이 다 좋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1군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1.5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우린 그렇게 생각 안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전술운용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출전 선수들에게는 "경기장에서는 네가 주인공이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라"고 주문한다. 절묘한 용병술이다.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의 대반전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최 감독은 "A그룹에 반드시 진출해야 하고 우리 갈 길을 선수들이 잘안다. 높은 순위 팀들을 생각하는 것 보다 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지하면 반전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했다.

이젠 ACL이다. 서울은 17일 안방에서 웨스턴시드니(호주)와 4강 1차전을 치른다. 홈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2차전 원정 발걸음이 가볐다. 최 감독은 "사실 기대하지 않은 선수들이 소중한 기회를 잡았고, 경쟁력을 보여줬다. 현실 속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감독은 말을 놓고, 누가됐든 지시대로 움직인다. 모두가 주연인 세상, 서울의 색깔이 됐다. 상대는 공포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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