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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선임, 2033년 꿈 쫓기 위한 첫 걸음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9-05 12:16



한국 축구가 네덜란드와 인연을 끊었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네덜란드 출신 사령탑을 선호했다.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제외하면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까지 모두 네덜란드파였다.

네덜란드 출신 감독과 인연의 고리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만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기술위원장을 역임, 히딩크 감독을 데려왔다. 시작도 끝도 이 위원장이 맡았다. 네덜란드와의 인연을 끊었다. 독일로 말을 갈아탔다. 협회는 5일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을 공석이던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다.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풍부한 경험과 한국 정서에 맞는 사고에 끌렸다. 무엇보다 그의 경력에 매력을 느꼈다. 바로 유망주 발굴 능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로2000 뒤 독일 유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에리히 리벡 감독과 대회기간 중 의견충돌을 일으켜 사임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독일축구협회는 현역시절 유럽 최정상급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그의 재능을 유소년 개발에 활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스팀 재임 시절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첫 도전이었던 2001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는 8강에 오르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2003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금의 독일대표팀은 유스 기반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은 축구협회가 원하던 A대표팀 감독의 역량 중 하나였다. 축구협회는 인재 발굴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실패 이후 협회는 한국 축구 시스템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비전 해트트릭 2033'이다. 축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축구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33년에는 FIFA랭킹 10위권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기술 습득이 가장 쉬운 11세에서 15세 사이의 유망주를 일찌감치 발굴해 통일된 축구 철학과 지도법을 공유, 꾸준하게 성장시켜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골든 에이지 프로젝트'는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사업이다.

동기부여는 브라질월드컵을 품에 안은 독일대표팀에서 얻었다. 토마스 뮐러, 안드레 쉬얼레, 데니스 아오고 등 14년 전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는 독일 축구 시스템에 반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은 한국 축구의 2033년 원대한 꿈을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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