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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전은 이동국(35·전북)을 위한 날이었다.
거침이 없었다. 센터서클부터 최전방까지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분주히 뛰어 다녔다. 전반전에 침묵했으나 후반 시작 7분 만에 득점본능이 꿈틀댔다. 후반 7분 른쪽 측면 코너킥 기회에서 김민우가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오른쪽에서 헤딩슛으로 마무리, 골망을 갈랐다. 이동국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후배 손흥민이 달려와 이동국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재치넘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10분 뒤 또 경기장에 '이동국'의 이름이 연호됐다. 이번에는 오른발이었다. 후반 17분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명주가 시도한 크로스를 베네수엘라 수비수 걷어냈으나, 문전 왼쪽에서 이를 받아 침착하게 오른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역전골 뒤 공격을 강화하던 베네수엘라는 망연자실 했다.
이동국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의미있는 날에 골까지 넣게 되어 내게는 뜻깊은 날"이라며 "선수들 모두 브라질월드컵 이후 좋은 경기를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초반에 실점했으나 끝까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동국은 선제골 뒤 손흥민(22·레버쿠젠)과 펼친 세리머니에 대해 "골을 넣으면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머리로 넣었는데 발을 닦아줘 당황스러웠다(웃음)"고 미소를 지었다. 또 "손흥민은 독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힘이 좋고 많은 골을 넣었다. 오늘 경기서도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많이 나아졌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선수인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평했다. 이날 새로 선임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기존 대표선수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선수들에게 동등하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