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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전북 현대에 2014년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베스트 11의 두 자리를 겁없는 신인 두 명이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22세 동갑내기인 이주용과 이재성이 두터운 전북의 스쿼드를 뚫어냈다. 그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왼쪽 측면 수비수 이주용은 요즘 구름 위를 걷고 있다. 단 2개월만에 '절대 1강' 전북의 주전 자리를 꿰찬데 이어 '전북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는 평점심을 유지하고 있다. 전북 유스 출신 최초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기쁨을 맛보는 그날을 위해서다.
2009년 전북의 유스팀인 영생고 재학 당시 이주용은 처음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어느 날은 볼보이로, 또 다른 날은 경기 진행 보조요원으로 경기장에 투입됐다. 그라운드 가까이에서 이동국, 최태욱, 루이스, 에닝요 등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는 "2009년에 형들을 보면서 보고 배우는게 많았다. 프로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간접적으로 느꼈다. 영생고 다니면서 최고로 좋았던게 그라운드 가까이에서 전북 선수들을 본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2009년 17세의 꿈나무는 결국 5년 뒤 우상이던 이동국과 한 팀에서 동료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영생고와 동아대를 졸업하고 2014년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볼보이 당시의 추억과 현실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밖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같은 선수로 생활한다는게 익숙하지 않았다. 아직도 팬의 입장이다. 형들을 보면 연예인 같아서 처음에는 말걸기도 힘들었다. 동국이형을 보면 아직도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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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인생을 단숨에 바꿔놓은 '신의 한 수'였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출격 기회를 잡더니 벌써 10경기에 나섰다. 벤치를 달구던 공격수 이주용은 전북의 주전 왼측면 수비수로 다시 태어났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이제 보니 나는 풀백이 잘 맞는 선수 같다. 이 포지션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매력도 있다. 볼을 빼앗을 때 희열도 느낀다. 또 오버래핑을 할 때 상대 수비수가 나를 따라잡으러 오는 것을 보면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최 감독은 어떤 확신을 갖고 포지션 변경을 주문했던 것일까. 현역시절 공격수에서 풀백으로 변신했던 최 감독은 "그래도 (포지션 변경 제안까지) 6개월을 기다렸다"면서 "주용이는 성격이 침착하고 체형이 파워형이지만 중심이 낮다. 몸만 봐도 딱 수비에 적합한 체형이다. 지구력에 스피드도 있고 공격수 출신이라 킥력과 크로스 능력도 있으니 풀백이 딱 어울렸다"고 밝혔다.
전북 유스 1호 국가대표
볼보이에서 전북의 주전으로 성장한 이주용은 전북의 미래다. 전북 유스팀 출신이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전북 유스 출신 최초로 국가대표에 뽑히는게 꿈이다. 가능하다면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다. 하지만 내 축구인생의 끝은 전북과 함께 하고 싶다." 유럽 빅리그에서도 왼발잡이 풀백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 감독도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몇 경기 뛰지 않았는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충분히 장점이 많은 선수라 경험만 쌓이면 전북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왼발 풀백의 희귀성이 계속 지속될 것 같다. 더 큰 목표를 갖고 노력하면 충분히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다. 이주용은 "볼보이를 하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뛰는 꿈을 꿨는데 이뤄졌다. 이제는 크로스나 세밀한 마무리 능력, 대인마크 능력을 키워 공격을 잘하는 수비수로 불리고 싶다"며 내일의 스타를 꿈꿨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