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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동해안 더비', 그 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9-02 06:47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동해안 더비'에서 사력을 다한 선수들은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만큼 라이벌전에 온 힘을 쏟았다. 포항이 자존심을 지켰다. 포항은 지난 31일 울산 원정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포항에는 값진 1승이었다. 울산에는 뼈아픈 패배였다. 90분의 혈투는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아직 진하게 남아있다. 양팀의 분위기는 천양지차다.

동점골 오심 논란과 울산에 남은 희망

경기를 패한 뒤 라커룸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울산 선수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라이벌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 분했다. 그러나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날 울산은 두 가지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전반 26분에 터진 김신욱의 선제골 환희도 잠시, 3분 뒤 동점골을 허용했다. 오심 논란이 일었다. 포항 공격수 강수일이 오프사이드 지역에 있다가 공을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오프사이드 외에도 강수일이 볼을 터치할 때 머리로 걷어내려는 유준수의 얼굴을 가격했다. 주심은 파울이 아닌 골을 인정했다. 유준수의 이마는 부어올랐다. '수비의 핵' 김치곤의 교체도 뼈아팠다. 전반 상대 선수와 부딪힌 뒤 무릎에 고통을 호소했다. 김치곤은 "라이벌전이라 왠만해선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후반에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더라"고 고백했다.

아직 15경기가 남아있지만, 이날 울산이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K-리그 클래식 선두권은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다.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우승 대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이다.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시즌 아픔을 반면교사 삼았다. 김치곤은 "지난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러나 반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지만, 오기가 생긴 것 같았다. 코칭스태프도 다시 해보자고 격려했다.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목표 찾은 포항, 웃음의 뒤풀이

"라커룸 분위기요? 최고였습니다." 울산전 1도움을 기록하며 이광종호에 승선한 김승대의 회상이다.

동해안 더비에서 따낸 승리는 달콤했다. 포항은 울산전 승리로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영일만 극장'이었다. 선제골을 내준 뒤 승부를 뒤집었다. 퇴장 악재까지 이겨내고 기어이 승점 3을 챙겼다. 불과 4일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승부차기 끝에 FC서울에게 무릎을 꿇었던 눈물을 단숨에 지웠다.


울산전 승리는 포항에게 '승점 3'이상의 의미다. 이날 승리로 최근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의 부진에서 탈출했다. 4경기 연속 무득점의 부진도 2골로 화끈하게 털어냈다. 신광훈의 결장, 배슬기의 퇴장 등 잇단 악재를 모두 이겨내면서 '스틸타카'의 힘을 재확인 한 것도 큰 수확이다. 또 전북과 승점이 같아지면서 ACL, FA컵 탈락의 아픔을 리그 2연패라는 성과로 만회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황선홍 감독은 울산전을 마치고 선수단에 휴가를 줬다. 투혼을 앞세워 울산전 승리를 따낸 제자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는 "ACL 탈락으로 우리 선수들이 목표를 잃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울산전 승리로 K-리그 역전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상경, 김진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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