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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빼앗긴 '호랑이굴'에도 봄은 오는가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9-01 08:58



될 듯 될 듯, 또 안 됐다. 울산이 3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3라운드에서 포항에 1-2로 패했다. 안방 호랑이굴을 포항에 빼앗긴 게 내리 세 번. 선제골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했거늘, 그것도 아니었다. 체력적으로 앞선 것이 유리하다 했거늘, 또 그것도 아니었다.

울산(1) : 김신욱(26')

김승규(GK) / 이재원-김치곤(김영삼,57')-유준수-이용 / 고창현(백지훈,78')-하성민-서용덕-따르따 / 카사(김선민,52')-김신욱

포항(2) : 강수일(29'), 김재성(48')

신화용(GK) / 박선주-김광석-배슬기(퇴장,66')-박희철 / 손준호-황지수(김태수,89') / 고무열-김재성(김준수,69')-강수일(문창진,81') / 김승대

역시 김신욱이었다. 각고의 노력에 이 선수는 헤딩'만' 잘하는 게 아닌, 헤딩'도' 잘하는 공격수로 진화했다. 공중전은 물론, 육상전에도 능했던 것. 울산은 골키퍼 김승규가 짧게 처리한 킥을 무작정 위로 띄우기보다는 낮게 풀어 나오는 장면을 여러 번 보였다. 김신욱은 상대 수비보다 조금 더 일찍 움직이면서 아래로 내려왔고, 볼을 키핑하기보다는 바로 돌려놓으며 앞으로 보냈다. 빠르게 뛰면서 상대가 못 돌아서게 하거나, 혹은 미리 커팅하는 데 능했던 김광석은 김신욱의 빠른 플레이 타이밍에 전진 수비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볼은 앞선에서 또 다른 숫자 싸움을 형성했다.

전반 26분 프리킥 상황에서는 헤더 선제골도 터뜨렸다. 등을 먼저 진 덕에 뒤늦게 따라붙은 배슬기로부터 공간을 완전히 빼앗았다. 신장이나 어깨너비와 같은 피지컬적 요소만으로 볼을 장악한 건 아니었다. 패스를 받은 직후 본인의 힘을 오롯이 쏟아부을 수 있도록 공간을 미리 체크하는 등 다음 장면을 위한 사전 작업을 병행했기에 가능했다. 지난 6일 서울 원정에서 터뜨린 결승골처럼 순수 높이 싸움보다는 영리하게 위치를 찾은 것과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낙하지점을 먼저 포착해 상대 수비를 떨어뜨려 놓는 움직임은 김신욱의 성장세를 고스란히 담아냈다(하단 캡처① 참고).

흐름 면에서 상대를 완전히 눌러놨다. 이대로 후반 초중반까지만 끌고 간다면 AFC 챔피언스리그 여파로 허덕이는 상대도 고꾸라질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한 골 리드는 2분 30여 초만에 강수일에 의해 강제 종료됐다. 사소해 보이는 실점 장면 하나는 최근 울산의 팀 성적(5경기 3승 2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김승대가 수비 라인 앞쪽에서 볼을 잡았을 때 필요 이상의 자유를 부여한 것에서부터 치명적인 상황은 시작됐다. 너무 물러서서 싸울 게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괴롭혀야 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고무열, 강수일의 배후 쇄도를 인지하면서도 분담을 통해 제어하지 못한 게 한이었다(② 참고).



울산은 후반 3분 역전골까지 얻어맞았다. 한창 라인을 올려 싸우던 중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며 균형이 망가진 상태. 어떻게든 슈팅으로 마무리 짓고 나와야 했던 장면에서 역으로 당했다. 김승대가 볼 터치를 앞 공간으로 쳐놓지 못한 탓에 템포가 꺾이는 듯했지만, 역습을 맞는 울산 수비의 위치가 썩 좋지 못했던 데다 김재성의 공간 창출이 더없이 뛰어났다. 성실하게 공간을 찾는 자에겐 슈팅, 패스, 터치 등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기 마련이다. 수비의 방해가 없는 상황에서 워낙 잘 맞은 슈팅 임펙트는 김승규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후반 초중반에는 몇 가지 변수가 발생한다. 울산은 김치곤의 부상에 김영삼을 투입하며 전형을 갈아엎는다. 유준수가 최전방으로 올라가 김신욱과 짝을 맞췄고, 김선민-서용덕-백지훈-따르따가 허리를 맡았으며, 김영삼-이재원-하성민-이용으로 수비진을 꾸린다. 포항은 사정이 더 안 좋았다. 전반전에 이어 또 경고를 받은 배슬기는 후반 21분 빨간색 카드와 함께 피치를 떠났다. 김광석-김준수로 중앙 수비진을 급조한 포항은 4-2-3과 4-4-1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 고무열-김승대-강수일이 공격형 미드필더 없이 산발적인 국지전 태세에 돌입한다.

한 명의 퇴장이 무조건적인 열세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공격수를 제외하면 기본 수비 전형을 구축하는 고정적인 숫자는 7~8명으로 같기에 운영의 묘로도 극복은 가능하다. 포항에 남은 시간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70분대~80분대와 80분대~90분대. 전자의 경우엔 포항도 곧장 내려앉기는 어려웠다. 자칫 분위기를 내줄 경우엔 25분 이상 상대의 총공세에 맞서 버텨야 했다. 부족한 숫자라도 공격을 이어가야 상대를 급하게 할 수 있었다. 이를 넘어 80분대에 접어들고, 슬슬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롱패스가 늘어났을 때에는 조금 더 수비에 치중하며 세컨볼 싸움에 공을 들여야 했다.

포항의 노련한 시간대별 대처에 울산은 말려들었다. 7~80분대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상대 중앙 수비에 들러붙은 김신욱-유준수 조합은 '2vs2' 대결 구도를 만들어내며 경우의 수를 늘렸다. 측면 공격을 병행하며 빠르게 전환했을 때 틈을 노려볼 수 있었다. 다만 퍼부은 슈팅은 하늘로 연이어 치솟았고, 신화용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80분대에 접어들자, 결국 롱볼로 때려넣는 패턴이 나오기 시작했다. 볼을 앞으로 보낼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소득은 없었다. 좀처럼 분위기를 타지 못하는 상황, 아시안게임에 성인대표팀 차출까지 이어지는 9월은 더 걱정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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