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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우승으로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싶다."
전북에는 '신의 한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신형민이 중원에 가세한 이후 전북은 부족했던 2%를 채운 '절대 1강'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반기 12경기에서 6승3무3패를 기록하며 클래식 2위에 머물던 전북은 신형민이 합류한 이후 9경기에서 7승2무를 기록했다. 3일에는 포항을 2위로 끌어 내리고 99일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신형민은 16일 열린 '친정팀' 포항과의 클래식 21라운드에서도 진가를 선보였다. '진공청소기' 김남일과 함께 전북의 허리에 포진,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포항의 중원을 무력화시켰다. 빠른 패스와 역습을 앞세운 포항은 신형민의 물샐틈 없는 수비력에 색깔을 내지 못하고 0대2로 완팼다. 신형민이 활약으로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운 전북은 공수 밸런스 조화까지 이뤄내며 '더블(리그, FA컵 동시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평가와 달리 신형민은 몸을 낮췄다. "내가 입단한 이후 팀이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팀이 워낙 잘해서 그렇다. 내가 왔다고 해서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미드필드에서 파워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조금 도움이 됐을 뿐이다." 이 역할은 최강희 전북 감독이 신형민의 영입으로 노렸던 기대와 정확히 일치한다. 최 감독은 전반기를 마친 뒤 "부족한 부분은 미드필드에서의 파워와 수비력"이라고 자체 진단을 내렸다. 신형민이 최 감독의 기대에 120% 부응하고 있다.
최근 신형민은 인천아시안게임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로 꼽혔지만 끝내 선발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은 팀의 리그 우승을 위해 빨리 접었다. 오히려 그는 중동 경험을 살린 조언으로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팬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침대 축구'다. 중동 리그에서도 가끔 화날 정도로 누워있더라. 그러나 한국 선수들이 여유를 가지고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자기 절제를 못하면 경기를 그르친다. 마음을 놓고 아예 무시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