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별들의 제언 "K-리그, 장기 계획-관심-행동 필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7-17 17:24 | 최종수정 2014-07-18 06:48



웃음기 가득했던 2014년 K-리그 올스타전 기자회견 현장에서 오직 단 한번, 진지한 기운이 맴돌았다. 한국 축구 그리고 K-리그를 위해 한국 축구의 '별'들이 머리를 맞댄 순간이다. 한국 축구의 '특급 스타'인 박지성과 이영표, 차두리(FC서울)가 K-리그가 발전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들의 말 속에는 한국 축구의 비전과 통찰, 그리고 축구 팬들을 향한 부탁이 모두 담겨 있었다.

2014년, 25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박지성은 한국만의 축구 문화 조성을 주장했다. 그는 "K-리그가 유럽축구보다 템포나 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리그 스타일이 있다. K-리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장점을 승화시키면 팬들도 K-리그만의 축구를 보러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K-리그는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4년간 K-리그 평균 관중은 1만711명(2010년)→1만709명(2011년)→7157명(2012년)→7656명(2013년)으로 수직 하락했다. 3만여명을 훌쩍 넘는 유럽 빅리그의 평균 관중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망주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투자 환경의 위축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이 오면서 K-리그의 질이 하락했다. K-리그의 현주소다. 박지성은 K-리그가 직면한 현실을 '과도기'라고 분석하며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제안했다. 그는 "유럽 축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만의 축구 문화를 만들었다. 한국 축구는 유럽만큼 역사가 길지 않다.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차근차근 밟아 나가는게 중요하다. 얼마나 제대로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이뤄나가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축구만의 문화를 만들고 K-리그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표도 박지성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선진 축구의 장단점과 한국 축구의 장단점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이제 아느냐 모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행하느냐, 행하지 않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알고 있는 것을 행동해야 할 때가 왔다. 행동을 한다면 한국 축구가 올바르게 서는 건 시간 문제다." K-리그 2년차 차두리의 외침은 더욱 강렬했다. "아직 현역선수다.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열정을 다 쏟아내서 경기를 해야 한다. 나머지는 구단과 프로축구연맹, 팬들의 몫이다. 한국 축구는 양보가 있어야만 발전이 있을 것 같다. 힘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놓지 않으려고만 한다면 어렵다. 하지만 조금 양보만 한다면 선수들의 땀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축구만 보고 열심히 뛰고 있는데 합당한 보상이 따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역 선수로 쉽지 않은 소신 발언이었다. 하지만 K-리그의 고참으로, 대표 스타로 그는 한국 축구에 '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K-리그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도 부탁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K-리그가 활성화되고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선수만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재미있는 축제 분위기가 되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한다. 올스타전을 계기로 팬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차두리는 "포항에 굉장히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있다. 아직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단단해지면 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질책, 칭찬이 필요하다. 많은 팬들이 K-리그에 관심을 가져서 월드컵이 또 다시 한국 축구에 큰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KBS해설위원인 이영표는 방송사의 K-리그 외면 현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영표는 "개인적으로 월드컵을 통해 방송 3사가 열정적으로 중계를 준비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 방송국들이 그 열정을 K-리그로 옮겼으면 한다. 방송사들이 K-리그 중계를 하지 않는다면 크게 실망할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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