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군단' 포항 살린 '돌아온 탕아' 강수일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7-13 16:24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울산전 전까지만 해도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고민이 태산이었다. "다 작은 선수들 뿐이라…." 김승대 문창진 이광혁 등 재능 있는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지만, 1m70 초중반의 키가 문제였다. 10cm가 더 큰 울산 수비진의 높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임대생' 강수일(27)이 포항을 구했다. 강수일은 1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에서 후반 31분과 34분 각각 김재성, 김승대의 골을 도우며 팀의 2대0 승리를 견인했다. 황 감독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했다. 1m84의 강수일은 울산 수비수들과 맞선 헤딩 경합 뿐만 아니라 빠른 발을 앞세운 돌파까지 만점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 개막 뒤 2경기 연속 무승부로 처졌던 선두 포항은 강수일의 원맨쇼 덕택에 '동해안 라이벌' 울산을 완파하면서 클래식 12팀 중 가장 먼저 승점 30 고지를 밟았다.

지난 3월 포항 임대 때만 해도 강수일의 활약 가능성엔 물음표가 달렸다. 기복이 너무 심했다. 2008년 2군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보다 항상 '다문화 선수' '셔플댄스' 등의 수식어만 따라 다녔다. 인천 시절이던 2010년엔 음주사건으로 임의탈퇴 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1년 제주에 입단해 재기하는 듯 했으나, 좀처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강수일에게 임대를 제안한 포항의 선택에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당연했다. 노력 만이 살길이었다. '연봉 절반 이상을 깎더라도 포항에서 재기하겠다'고 다짐한 강수일은 부단히 땀을 흘리면서 점차 강철전사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울산전 2도움은 강수일의 노력과 진가가 그대로 드러난 숫자다.

마음을 고쳐먹은 제자의 활약이 스승의 눈에는 기특하기만 하다. "나는 별로 한 게 없다(웃음)." 황 감독은 "(강수일이) 훈련 뒤에도 많은 노력을 한다. 지시한 내용도 흘려듣지 않고 고치려는 노력이 보인다. 선수들 사이에 잘 녹아든 모습이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