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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전 전까지만 해도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고민이 태산이었다. "다 작은 선수들 뿐이라…." 김승대 문창진 이광혁 등 재능 있는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지만, 1m70 초중반의 키가 문제였다. 10cm가 더 큰 울산 수비진의 높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임대생' 강수일(27)이 포항을 구했다. 강수일은 1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에서 후반 31분과 34분 각각 김재성, 김승대의 골을 도우며 팀의 2대0 승리를 견인했다. 황 감독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했다. 1m84의 강수일은 울산 수비수들과 맞선 헤딩 경합 뿐만 아니라 빠른 발을 앞세운 돌파까지 만점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 개막 뒤 2경기 연속 무승부로 처졌던 선두 포항은 강수일의 원맨쇼 덕택에 '동해안 라이벌' 울산을 완파하면서 클래식 12팀 중 가장 먼저 승점 30 고지를 밟았다.
마음을 고쳐먹은 제자의 활약이 스승의 눈에는 기특하기만 하다. "나는 별로 한 게 없다(웃음)." 황 감독은 "(강수일이) 훈련 뒤에도 많은 노력을 한다. 지시한 내용도 흘려듣지 않고 고치려는 노력이 보인다. 선수들 사이에 잘 녹아든 모습이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