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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과 최용수의 '소문난 잔치', 먹을 건 없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7-09 22:03


소문난 잔치였다.

하지만 먹을 건 없었다. '지옥의 5연전'의 첫 문이 열렸다. 기나긴 승부를 해야했던 탓일까. 신경전이 과했던 것일까. 무기력한 일전에 그라운드는 생기를 잃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현역 시절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둘 다 승부욕은 으뜸이다. 경기 직전에도 서로를 향해 "워낙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자극했다. 그러나 벤치의 승부욕과 선수들의 움직임은 달랐다.

포항과 FC서울이 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이번 라운드에서 유일하게 골이 터지지 않은 일전이었다. 전반전 슈팅수는 서울이 1개, 포항이 0개였다. 후반들어 포항이 공세를 펼치다 중반 이후에는 서울이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승부를 내지 못했다.

서울과 포항은 클래식 14라운드를 필두로 16일에는 FA컵 16강전(서울), 다음달 20일과 27일에는 ACL 8강 1(포항), 2(서울)차전, 9월 7일에는 클래식 24라운드(포항)에서 차례로 맞닥뜨린다. 리그 선두는 포항이다. 서울은 9위에 포진해 있었다.

황 감독은 전술의 핵인 이명주의 이적으로 팀을 재편 중이다. 설상가상 조찬호 고무열 배천석 김태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9일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는 손준호와 신광훈이 각각 경고 2회 퇴장, 경고 3회 누적으로 결장했다. 황 감독은 "이명주의 공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잊어야 한다. 많이 고민중"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우리는 도전자의 입장이다"며 자세를 낮췄다. 양 감독의 고민이 그라운드에 묻어났다.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두 지도자 사이에선 라이벌의 전류가 흐른다. 황 감독은 5연전에 대해 "서울도 마찬가지다. 재밌을 것 갔다. 둘다 지기 싫어해서 어렵지만 좋은 승부를 내고싶다"고 했다. 최 감독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축구를 하겠다"고 미래를 다짐했다.

현역 시절 스트라이커 출신인 두 감독은 동시대에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황선홍은 플레이가 세밀하 정교했다. 최용수는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감독간의 대결에선 여전히 황 감독이 우세하다. 정규리그와 FA컵에서 13차례 맞닥뜨려 6승3무4패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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