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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군단의 자존심이 철저히 무너지고 있다.
독일은 '헤딩머신'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최전방에 세우고 토니 크루스와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를 2선에 배치했다. 사미 케디라와 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가 더블 볼란치 역할을 했고, 포백라인에 필립 람과 제롬 보아텡, 마츠 험멜스, 베네딕트 회베데스가 섰다. 골문은 마누엘 노이어가 지켰다.
베르나르드와 루이스 구스타보 카드는 철저한 실패였다. 두 선수 모두 겉돌면서 독일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티아구 실바와 네이마르의 공백은 엄청났다. 브라질은 전혀 중심을 잡지 못했다. 수비라인이 독일에게 공간을 벌려준 것도 비극의 시작이었다. 전반 23분 클로제에게 추가골을 내준 뒤 급격히 무너졌다. 반면 독일은 중앙과 측면을 두루 활용한 패스로 활로를 만들어가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을 잡았다. 8강전까지 지적됐던 골 갈증을 완벽하게 풀었다.
전반 23분 클로제가 폭발했다. 토니 크루스의 패스를 받아 골문 정면에서 시도한 슛이 훌리우 세자르에 막혔으나, 재차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골망을 갈랐다. 이날 득점으로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16호골을 터뜨리면서 호나우두(15골)와 함께 갖고 있던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넘어섰다.
브라질은 클로제의 추가골 뒤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 23분 람의 오른쪽 측면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가 문전 쇄도하던 크루스에게 3번째 골을 내줬다. 2분 뒤에는 수비수들이 볼을 돌리다 케디라에 볼을 빼앗겨 다시 크루스에게 4번째 골을 내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황한 브라질은 11명 모두 수비라인에 내려갔으나, 전반 29분 외질의 패스를 받은 케디라가 5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브라질을 망연자실케 했다.
5번째 골 이후 브라질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은 브라질의 빈틈을 공략하면서 5골차 리드를 지킨 채 전반전을 마무리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