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거취는?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30 06:36


2014브라질월드컵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가 27일 (한국시간)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안스경기장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울고 있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대한민국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막을 내렸다.

1무2패, 한국 축구는 20세기로 회귀했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에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한 월드컵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대한민국 월드컵의 산역사다. 사령탑으로는 첫 출항이지만 현역 시절을 포함해 6번째 월드컵이다.

그러나 감독으로 첫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세계 무대인 2009년 이집트 국제축구연맹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8강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브라질과는 인연이 없었다.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특히 내가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해야 한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친 후 토로한 홍 감독의 아픔이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모든 화살은 홍 감독의 몫이다. 냉정한 평가는 분명히 필요하다. 브라질월드컵은 과정도, 결과도 모두 실패한 대회였다.

감독 홍명보의 미래는?

가장 큰 관심은 홍 감독의 거취다. 지난해 6월 월드컵대표팀 감독에 오른 그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까지다. 중간 평가를 받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브라질에서 일단 멈췄다. 홍 감독은 거취를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판단하겠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팀은 처음부터 내가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월드컵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도중하차에 무게를 둔 듯한 발언이다. 4년 전에도 상처가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이었다. 결승 진출 문턱인 4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를 만나 연장 혈투 끝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아팠다. 홍 감독은 당시 사령탑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다. 반전이 있었다. 이란과의 3~4위전은 그의 시계를 다시 돌려 놓았다. 1-3으로 뒤진 후반 33분 갱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11분간 3골을 터트리며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런던올림픽 환희의 주춧돌이었다.

브라질월드컵은 또 다르다. 월드컵보다 더 큰 대회는 없다. 홍 감독은 쉼표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긍할 지는 미지수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해 1월 대한축구협회 수장에 오른 이후 원칙과 약속을 중시하고 있다. 계약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기류가 공존한다.


분명한 건 브라질월드컵의 결과가 어떻든 홍 감독은 한국 축구의 중요한 자산이란 점이다.

홍명보는 얽매였고, 부족했다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전(1대1 무)의 '베스트 11'은 홍 감독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플랜 B, 대안은 부족했다. 런던 틀에 얽매인 것은 실책이었다.

K-리그에서 가장 '핫'했던 이명주(전 포항·알 아인)와 오른쪽 윙백 차두리(서울)를 뽑지 않은 부분은 두고두고 아쉽다. 중원이 흔들렸고, 공격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수비의 부실은 오른쪽에서 시작됐다. 대안이 없었다. 오른쪽 윙백의 백업 김창수는 가나와의 평가전(0대4 패)에서 드러났지만 부상 후유증이 존재했다. 본선에서 활용도 못했다. 알제리전(2대4 패)에서 한국영(가시와)이 길을 잃자 방법이 없었다. 구자철을 수비형으로 세우고, 섀도 스트라이커에 이명주를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그 카드는 현실에 없었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정성룡(수원)과 김승규(울산)의 경쟁 구도는 마지막까지 이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주전으로 정성룡을 확정했다. 벨기에전에서 김승규를 투입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근호(상주)를 제외한 교체 카드도 아쉬움이 남는다. 1m96의 김신욱(울산)은 알제리전에서 교체, 벨기에전(0대1 패)에선 선발 투입됐다. 상대 수비는 김신욱을 두려워했다. 좀 더 활용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벨기에전에서 김신욱과 손흥민(레버쿠젠)을 빼고 김보경(카디프시티) 지동원(도르트문트)을 투입시킨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4-2-3-1 시스템만 고집한 전술도 한계였다. 네덜란드는 물론 아르헨티나도 2~3가지의 포메이션으로 상대에 따른 변형 전술을 구사했다. 스리백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홍 감독은 그렇지 못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는 데 안일했다. 홍 감독은 결국 런던의 틀에 얽매였고, 전술은 부족했다.

부실한 관리, 홍 감독만의 책임일까?

브라질월드컵까지 허락된 시간은 1년에 불과했다. 높은 벽이었다. 그는 월드컵대표팀 감독에 선임되자마자 전임 감독 시절의 일이었던 '기성용 SNS 논란'으로 고행의 길을 걸었다. 해외파와 국내파간의 갈등도 존재했다. '원 팀(One Team)'을 실현하는 더 시간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그래도 브라질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그의 축구 인생을 걸었다. "2005년 코치 시절부터 지금 월드컵 감독까지 대표팀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쉽지 않았지만 그 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걸었다. 경험했던 지식과 앞으로의 지혜로 몸과 마음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위해 불사르겠다."

홍 감독이 홀로 탈출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런던의 아이들'은 또 달라져 있었다. 절박함이 없었다. 런던올림픽보다 2~3배의 관리가 더 필요했다. 코치진과 지원스태프도 실패에 자유로울 수 없다. 고군분투했다고 하지만 2% 부족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상황 대응 능력도 떨어졌다. 모두가 홍 감독만을 바라봤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게 가장 큰 목표였다. 실력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개인적으로 후회는 없다. 선수들이 큰 대회를 경험한게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남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내탓'이었다. 한국 축구가 새 길을 걷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 갈 길이 더 많이 남은 홍 감독도 브라질월드컵이 거울이 돼야 한다. 그래야 발전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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