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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벨기에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이 열린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 '꼬레이아'가 울려펴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1397명의 브라질 축구팬들이 한국에 보낸 함성이다. 전반 15분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이 강한 공격을 거세게 몰아가자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중거리 슈팅이 벨기에의 골키퍼 쿠르투아의선방에 막혔고 계속된 코너킥 공격에서 이청용(볼턴)의 슈팅이 나왔다. 이미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위을 순간 압도하는 모습에 브라질축구팬들도 매료됐다. 그리고 포르투갈어로 한국을 의미하는 '꼬레이아'를 외쳤다.
브라질 축구팬들은 내편, 네편이 없다. 경기를 재미있게 하는 팀을 응원한다. 전반 15분에 나온 '꼬레이아' 외침은 한국이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한국은 전반전에 벨기에에 볼점유율에서 47대53으로 밀렸다. 그러나 브라질팬들이 한국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 이유는 벨기에를 압도하는 투지 때문이었다. 한국은 벼랑끝에 몰려있다. 다득점 승리가 필요하다. 알제리전 전반에 무기력하게 3골을 헌납했던 모습은 잊은지 오래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벨기에가 공을 잡으면 전방부터 압박을 가했다. 수비시에는 과감한 태클로 상대의 빠른 공격을 돌려 세웠다. 태극전사들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벨기에를 몰아 세우자, 브라질축구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후반 33분, 한국이 얀 페르통언(토트넘)에게 선제골을 내준 순간이다. 한국을 응원하던 브라질 팬들을 벨기에의 선제골이 터지자 이마저도 기뻐하며 박수를 보냈다. 한국이 승부에서는 졌다. 후반 33분 통한의 실점을 허용했다. 16강의 꿈도 좌절됐다. 그러나 마지막 기적을 향한 투지만큼은 입맛이 까다로운 브라질 축구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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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